brunch

매거진 자본주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완규 Jun 02. 2019

그대, 전업투자를 꿈꾸는가?

전업 트레이딩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며, 할 필요도 없다.

전업투자자, 있어 보이는 말로 프로 트레이더는 지구 상 최고의 직업 중 하나처럼 보인다.

호경기든 불경기든 상관없고 정년퇴직도 없으며 노트북 컴퓨터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서나 근무하면서 어지간한 연봉을 벌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꿈의 직업이지 않은가.

나도 그런 전업투자자가 되어 인생 2막을 사는 것이 일생일대의 꿈이었기에 2000년 4월부터 그 꿈의 직업에 대한 도전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뱁새가 황새 따라가듯 살아왔다면 이제는 이걸 지렛대 삼아 황새가 될 수 있다는 희망도 가졌다.

다행히 주식 트레이딩이 나의 성향이나 적성과 너무 잘 맞아떨어졌고 이 길이 아니면 없다는 절박함에 오랜 고난의 세월을 포기하지 않고 견뎌올 수 있었다.

나에게 주식투자는 남들처럼 여유돈으로 해보는 머니게임이 아니라 내 인생의 흥망이 걸린 중차대한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오래전부터 해온 본업도 있었고 데이트레이딩이나 스캘핑 같은 과당매매는 인간성을 황폐화시키는 부작용이 있음을 잘 알기에 가급적 거래시간과 시장 참여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매매방법을 찾는데 골몰했다.

또한 내 자식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불변'의 투자방법을 갈구했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시시때때로 바뀌거나 변화구가 많은 투자법은 애초에 관심 밖이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먹히는 단순한 직구 스타일이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배우면 변함없이 적용할 수 있는 가치투자와는 달리 트레이딩은 끊임없이 훈련해서 도가 터야 하는 분야다.

1초 간격으로 차트 한 장 한 장을 연속으로 넘기면서도 이거다 싶은 종목을 순간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감(感)'이 있어야 하고, 매매시점 직관적으로 잡아낼 수 있는 '촉(觸)'을 가져야 한다.

10년 넘게 여러 번 희망과 절망을 넘나들다가 2013년이 되어서야 '감'과 '촉'이 발현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투자인생의 서광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동안 본업과 함께 투잡으로서 트레이딩을 병행하였다.

하지만 본업으로 외근 중인 사이 예기치 못한 글로벌 이슈로 삐끗하며 이후의 주가는 연일 주르륵 미끄러져 도무지 빠져나올 틈을 내어 주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전업투자는 딱 거기에서 멈추었고 투자방식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처럼 하루를 넘겨 내일 이후까지 주식을 들고 가는 매매식 투자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만다.

그 날이 빨리 오느냐 좀 더 늦게 오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자고 일어났더니 뭔가 큰일이 터져서 갭하락으로 장을 시작하게 되면 그동안 벌어 놓은 것을 한 순간에 다 토해내야 한다.

손절매 가격대도 이미 훨씬 지나버린 상황이라 뭉턱이 돈을 뜯길 수밖에 없다.

다시 회복될 희망을 가지고 그대로 보유하게 되면 비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되어 버리고 만다.

기업전망이나 내재가치를 따져보고 산 주식이 아니므로 주가가 장기적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

그럼 그 순간 직업으로서의 트레이딩은 끝난 것이다.

내일 이후 연속 하락하면 그때는 어쩔 것인가?

이런 상황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캘핑이나 데이트레이딩처럼 그날로 모든 매매를 청산하고 항상 현금을 쥔 채로 다음날을 맞이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방법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파도의 큰 굽이를 알아내는 건 비교적 쉽지만 그 위에서 튀어 오르는 미세한 물방울의 튀는 방향을 알아채는 건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본인의 컨디션과 운에 따라 이게 잘 맞아떨어질 때가 있긴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하는 게 한계다.

또 하나의 문제는 데이트레딩이나 스캘핑 매매로는 큰돈을 벌기 어렵다는 것이다.

투자금이 커지면 빠르게 치고 빠질 수가 없기 때문에 늘 작은 몸집을 지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투자처럼 구르는 눈덩이에 점점 살이 붙는 스노우볼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 대비 얻는 수익이 미미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건강과 인생의 낭비가 극심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새벽부터 미국 시장 체크하고 정신없이 하루 종일 거래하고 시장이 끝난 후에도 거래분석, 복기, 투자일지 작성 등으로 하루의 전부를 투자활동에 바치는 건 앞으로 남고 뒤로는 밑진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욜로(YOLO, You Only Life Once)라는 말이 화두다.

청춘들은 '한번뿐인 인생이니 나 자신을 위해 돈과 시간을 쓰자'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원래의 뜻을 살짝 비껴가는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한번뿐인 인생'이라는 것이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은 시대에 젊은 청춘이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주식 장사나 한다는 것은 한번뿐인 인생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특질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게 무엇인지 찾아내어서 갈고닦으면 보석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런데 데이트레이딩이나 스캘핑과 같은 단타매매에 빠지게 되면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돌아볼 기회를 잃게 된다.

다른 일도 보람 있고 재미있는 게 많은데 주식에만 정신 팔며 살다 간다면 이번 생(生)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투자는 삶의 한 방편일 뿐이지 그게 소중한 나의 인생 자체는 아닌 것이다.

주식투자는 최소한의 시간만 들여서 부수적인 일과로 하는 게 가장 좋고, 본업이라는 바퀴와 투자라는 맞은편 바퀴가 함께 쌍을 이루며 도는 게 가장 이상적이고 투자 성공 가능성도 높여준다.

'전업 트레이딩은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며,  필요도 없다'는 것이 내가 오랜 세월을 바쳐 얻어낸 결론이다.



('동일비중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가치투자하라'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박 스토리에 현혹되지 말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