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자본주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완규 Jun 03. 2019

게임의 규칙을 바꾸자

인간이 기계를 이길 수 있는 두 가지 무기는?

우리나라에 이순신 장군이 있다면 베트남에는 '보 구엔 지압' 장군이 있다.

20세기 최고의 명장으로 불리는 지압 장군은 '3不 작전'으로 유명하다.

그는 적들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았고, 그들이 싸우고 싶어 하는 '장소'에서 전투를 치르지 않았으며,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싸워서 강대국인 미국을 이겼다.




주식투자의 세계도 총성 없는 전쟁터라고 한다.

압도적인 인력과 장비를 갖춘 국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그들에게 유리한 스타일로 겨룬다면 백전백패는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가장 대표적인 필패전략이 단타매매다.

단타매매야 말로 그들이 싸우고 싶은 시간과 장소와 방법에 모두 응하는 것이다.

그들은 고성능 컴퓨터와 초고속 전용선으로 개인투자자보다 더 빨리 주문을 보낼 수 있고 광범위한 정보를 더 신속하고 은밀하게 취득할 수도 있다. 평생 잠도 자지 않고 시장을 감시할 수 있는 IT시스템으로 무장하고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을 덧붙여가면서 거래 능력을 더욱 막강하게 진화시켜 가고 있다.

마침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와 비슷한 알고리즘 전쟁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은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권용진 지음, 2017년, 카멜북스)'라는 책이 눈에 띄어 읽어봤다.

거래 알고리즘을 입수하기 위해 스파이를 경쟁사에 위장 취업시키기도 하고 경쟁사의 알고리즘을 무력화시키는 저격 알고리즘까지 개발하는 살벌한 세계가 실존하고 있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단기적인 움직임과 불균형을 찾아서 거래하는 데이트레이더들은 알고리즘들에 의해 몰락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가치를 읽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힘을 가질 것이며 나아가 더 강력해질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이런 강적들과 정면 승부해서 이길 수 있으리라 꿈꾸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게 안타깝다.

알고리즘 기계들이 세계의 주식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해 갈수록 개인투자자들은 이순신 장군과 보 구엔 지압 장군처럼 자신만의 필승전략을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본업을 가진 개인투자자는 많은 시간을 주식투자에 쏟을 수가 없다.

아무리 좋은 투자법이라도 배우기 어렵거나 적용하기 복잡하다면 실전에 사용하기 어렵다.

개인투자자가 사용할 수 있는 투자방법은 쉽고 단순하며 검증된 투자전략이어야 한다.

쉽고 단순한 방법은 시장에서 통하지 않고 어렵고 복잡한 방법만이 이길 수 있는 거라면 ETF나 인덱스펀드조차 시장에 존재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단순히 종합주가지수를 쫓는 ETF나 인덱스펀드라도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어지간한 공모펀드보다 항상 성적이 좋다.

2018년1월2일자 매일경제신문에 워런 버핏과 한 헤지펀드와의 10년 수익률 내기에서 버핏이 압승을 거뒀다는 기사가 실렸다.

워런 버핏은 지난 2008년1월1일부터 뉴욕의 프로테제파트너스라는 헤지펀드 운용사와 향후 10년간 인덱스펀드와 헤지펀드 중 어느 것이 더 높은 수익률을 낼지 내기를 했는데 버핏이 택한 인덱스펀드는 연평균 7.1%의 수익률을 낸 반면 헤지펀드 운용사가 선택한 5개의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은 연평균 2.2% 수익에 그쳤다.

헤지펀드가 무엇인가?

시장상황과 상관없이 절대수익을 내기 위해 펀드매니저가 전력을 다하는 액티브펀드*가 아닌가. 

반면 인덱스펀드는 지수보다 쬐금 더 높은 수익을 목표로 단순하게 셋팅된 패시브펀드**일 뿐이다.

따라서 쉽고 단순한 운용전략이 복잡한 투자전략보다 열위일 거라고 예상하는 건 잘못된 편견일 뿐이다.




개별 우량주로 구성된 동일비중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지수만 추종하는 ETF나 인덱스펀드보다 더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는 합리적인 투자전략이며, 우주에서 가장 막강한 '시간의 힘'을 지렛대로 사용한다.

미국 와튼스쿨 교수이자 주식투자 전략가인 제러미 시겔도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주식을 10년간 보유하면 변동성이 국채보다 현저히 낮아지며, 17년을 넘어가면 주식투자로 손실을 볼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진다.


'가치' 그리고 '시간'만이 인간이 기계를 이길 수 있는 단 두 가지 강력한 무기다.



* 액티브 펀드(Active Fund)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발굴, 매매시점 결정을 통해 종합주가지수 이상의 초과수익률을 목표로 적극적인 운용을 하는 펀드를 말한다.

펀드매니저의 역량에 따라 펀드의 수익률이 달라지게 되고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가 개입하게 되므로 펀드 수수료도 인덱스펀드보다 높다. 

** 패시브 펀드(Passive Fund)

종합주가지수 정도의 수익률을 목표로 설정된 펀드다.

코스피 200, 코스닥 150, KRX 300 등 추종하는 지수를 기계적으로 따라가도록 유사하게 종목을 구성한다.

대표적인 패시브 펀드가 인덱스 펀드이고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패시브 펀드는 ETF다.

패시브 펀드는 펀드매니저의 능동적인 개입이 없으므로 펀드 수수료가 싸다.



('동일비중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가치투자하라'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