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아이의 첫 이별 이야기
4살까지 가정보육을 했던 아꿀이는 5살이 된 2022년에 처음으로 기관에 입학했다. 눕고 싶을 때 눕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모글리 못지않게 자유로운 생활을 하던 아이. 멋모르는 엄마의 결단으로 어린이집이 아닌 유치원이 첫 사회생활이 되었다. 입학이 코앞에 다가와서야 아이가 화장실은 혼자 다닐 수 있을지, 규칙을 지키는 일이 버겁진 않을지 걱정되었지만 아이와 유치원을 믿고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진 4월 말이 되어서야 등원하게 된 아이는 낯선 유치원에 등원하느라 한참을 고생했다. 유치원에 처음 간 날엔 갑자기 바닥에 드러누웠다고 한다. 집에 와서 아이는 "엄마, 눕고 싶은데 왜 누우면 안 돼?"라고 질문을 하기도 했다.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멋모르고 이틀 정도는 무난히 등원하다가 또 한참을 가기 싫다 울면서 실랑이를 하며 등원하였다. 방학이 끝나면 또 가기 싫어하다가 적응을 하고 또다시 방학이 오면 제자리. 그렇게 올해 설이 지나고 나서도 몇 번 울면서 등원을 하더니 5살 수료는 씩씩한 모습을 마칠 수 있었다.
아이가 힘든 순간을 잘 이겨내고 적응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선생님이었다. 언제나 환한 미소로 아이와 나를 맞이해 주시던 선생님. 때로 아이보다 더 불안한 내 눈빛에도 "어머니 잘 지내다가 하원하겠습니다." 말씀하시고 아이를 번쩍 안고 들어가시던 모습은 나에게도 큰 용기가 되었다. 지나고 보니 작년 한 해 선생님도 몸이 아프거나 힘든 날이 분명 있으셨을 텐데 언제나 웃음으로 아이를 대해주셨다는 사실이 더욱 감사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5살 수료가 다가왔다. 아이는 "엄마, 00반에서 생활이 10일도 남지 않았대." 하며 매일매일 줄어드는 날짜를 세어보곤 했다. 6살이 되면 선생님,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사실에 슬퍼하는 아이에게 친구들은 6살에도 같은 반에 갈 수도 있고 선생님은 특성화시간에 만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수료날 마지막 하원인사를 하는데 왜 내가 울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선생님은 아이의 선생님이자 나의 선생님이셨나 보다.
하원 후 전화통화를 하며 선생님이 유치원을 옮기시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에겐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걱정이 밀려왔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가 갑자기 한마디를 한다.
"우리 선생님은 뒤로도 잘 걸으셔. 우리가 잘 따라오고 있나 하고 항상 살펴보시거든."
아이들과 이동할 때 아이들을 세심히 살피는 선생님의 모습과 또 그런 선생님을 바라보며 우리를 사랑하고 있구나 느꼈을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괜스레 찡해졌다. 정들었던 선생님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아직 아이에겐 어려운 감정일 것이다.
3월이 되고 이제 유치원에 선생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는 오늘도 등원하며 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말한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괜히 아이의 머리만 슥슥 만져주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또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6살 선생님, 친구들과 더 친해지게 될 것이고 그렇게 지난 시간은 옅어지고 새로운 기억과 추억이 생겨나겠지.
보고 싶은 마음과 그리운 마음을 배워가는 6살.
아이의 기억 속에서 선생님은 뒤로 걸어가면서도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시던 그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새로운 만남과 이별, 그리고 다양한 감정을 받아들이면서 아이는 자라고 있다.
3월. 새로운 시작이 설레면서도 조금은 버거운 우리 모두에게 힘이 생기길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