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감기와 6살 인생
내가 가진 가장 오래된 기억은
본인이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기억은 무엇인가요?
제가 가진 오래된 기억 중 하나는 5살, 6살 때쯤의 일입니다. 저녁식사를 급하게 했던 건지 새벽에 호되게 체해 방안 쓰레기통을 붙잡고 토를 했던 날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당시 우리 가족과 함께 살고 있던 막내이모는 늦은 밤 엉엉 우는 저를 업어서 달래주었지요. 지금도 가끔 "이모 기억나?"하고 그날의 따뜻했던 이모의 등을 이야기하면 뭘 그런 것까지 기억하냐며 다들 웃곤 하죠. 시간이 흐르고 나니 당시 아팠던 기억은 사라지고 따뜻했던 이모의 체온과 어딘가에 의지해서 그 밤을 보냈던 시간만 생각납니다.
그때 이모는 몰랐겠죠. 몇십 년이 지나도 등에 업혀있던 조카에게 그날의 일이 소중하게 간직될 거란 사실을 말이죠.
떠나가라 몹쓸 감기야
지난주 금요일부터 아이가 호된 감기를 앓고 있습니다. 으레 지나가는 감기라 생각했는데 기침이 심상치 않다는 싸한 생각은 역시나 현실이 되었습니다. 열이 나다가 콧물이 줄줄 흐르더니 또다시 기침을 세차게 합니다. 다시 내려갔던 열이 다시 나고 알레르기 비염과 기침이 한데 어울려 정말 하루종일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이 계속됩니다. 가래 뱉는 법도 시원하게 코 푸는 법도 모르는 아이는 온몸으로 가래를 내보내기 위해 토를 하고 수건이나 비닐봉지를 가져다 대면 싫어 싫어를 외치며 엉엉 울어버리죠. 생각해 보니 저 역시 지금도 시원하게 코를 푸는 방법은 숙달되지 않은 것 같네요.
자다 깨다 불면의 밤이 계속됩니다. 혹시라도 깊게 잠들어 아픈 아이를 모른 채 할까 봐 잠드는 게 겁이 납니다. 그러다 저도 모르게 잠이 들고 화들짝 놀라 잠이 깨서 황급히 아이의 열을 체크합니다. 뜬눈으로 밤을 새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잠들어 버리는 저는 아직 서툰 엄마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이의 감기가 나아질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혹여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이 감기가 더 심해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청소를 덜해서 그런가, 내가 해주는 밥이 영양학적으로 부족한 건 아닌가. 그날 옷이 너무 얇았나. 아니면 너무 두꺼워서 땀이 나다가 한기가 든 건 아닐지. 그냥 집으로 들어올걸 괜히 거길 들렸구나. 생각은 쉬지 않고 커져만 갑니다.
유난히 긴 밤을 보내고 여전히 감기와 씨름 중인 아이와 하루를 보냅니다. 온통 곤두서있는 신경은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들고 그 와중에 쉬고 싶고 한숨 돌리고 싶은 속마음이 들키면 어쩌나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합니다. 유난히 자주 아프던 저를 키우던 엄마도 이런 시간을 보냈겠죠?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냥 옆에서 열이 내리기만을, 기침이 잠잠해지기만을 바라는 마음. 아침에 일어나면 맑은 얼굴로 다 나았다 이야기해주진 않을까 기대하며, 간절히 소망하며.
그렇게 혹독한 감기를 앓는 아이와의 하루가 지나갑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스스로 다시 한번 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