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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배 Nov 14. 2023

MBC 청룡 어린이회원은 고개를 들어주세요

LG 트윈스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니


엄마아들은 MBC 청룡의 어린이회원이었다. 90년부터 LG 트윈스로 변경되었으니 당시 나는 어린나이 었는데도 오빠가 어린이회원 선물로 받은 것들을 탐내며 야구를 알게 되었다. 엄마 아들은 이후로도 LG 트윈스의 어린이회원이었으며 그 옆에서 나는 Lg 트윈스의 ‘김재현’의 얼빠팬이 되었다. 지금도 그 무스로 넘긴 머리와 실크남방의 김재현 선수 잊지 못해;;;


가족 모두가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온 이후로도 엄마아들의 LG 트윈스 사랑은 식지 않았다. 어젯밤엔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었겠지(평소에는 연락 잘 안 함;;;)


몇년만에 업데이트된 엄마아들의 프로필 ㅋㅋ


정말 누군가의 표현처럼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사람들을 이렇게 웃고 울리는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9회 2 아웃의 기적이 있었듯 정말 야구는 9회 말 2 아웃까지도 그 승부를 누구도 속단할 수 없기에 더 매력적인 것 같다.


텔레비전 중계로만 야구를 보다가 처음으로 야구장을 갔던 날, 응원단의 응원열기를 제외하고 오히려 더 적막하고 고요한 경기의 순간이 참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다. 제대로 맞은 공이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고 제대로 공이 빠졌을 때, 혹은 기막히게 캐치했을 때의 그 탄성과 환호. 옆에 있는 그 누구라도 함께 친구가 될 수 있는 세 시간의 스포츠.


몇 해 전, 기아타이거즈의 팬인 남편을 따라서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직관했었다.



기아의 사랑 양현종 선수가 마운드로 올라설 때 모두의 함성과 그의 걸음걸이는 영화의 한 장면과 같았고 우승의 순간 모두 하나 되어 하이파이브를 하고 울고 웃는 가운데 기아의 팬인 아니었던 나 역시 마음속에서 벅차오르는 그 무엇에 울컥했었다.


정말 되는 일이 없고 너무 고단했던 2017년 막바지에 누군가의 결실이 맺어지는 순간을 함께하면서 나는 어쩌면 내 인생도 이렇게 좋은 순간이 올지 몰라 희망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야속한 시간들 속에서 아니야 좀만 더 버텨봐 다음은 너야 라는 누군가의 격려가 아닐까 생각했다.


LG 트윈스 팬들의 찐 기쁨이 주위에서 들려오는 오늘, 어디선가 누군가에겐 이 야구우승이 다시 한번 도전하는 원동력이 될 테고 무엇보다 깊은 위로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우승을 지켜보며 내년엔 저 기쁨을 우리가 누리리, 유광잠바는 우리의 것을 외치는 더 많은 야구팬들이 있다.



아 정말 이래서 야구는 끊을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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