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니
엄마아들은 MBC 청룡의 어린이회원이었다. 90년부터 LG 트윈스로 변경되었으니 당시 나는 어린나이 었는데도 오빠가 어린이회원 선물로 받은 것들을 탐내며 야구를 알게 되었다. 엄마 아들은 이후로도 LG 트윈스의 어린이회원이었으며 그 옆에서 나는 Lg 트윈스의 ‘김재현’의 얼빠팬이 되었다. 지금도 그 무스로 넘긴 머리와 실크남방의 김재현 선수 잊지 못해;;;
가족 모두가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온 이후로도 엄마아들의 LG 트윈스 사랑은 식지 않았다. 어젯밤엔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었겠지(평소에는 연락 잘 안 함;;;)
정말 누군가의 표현처럼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사람들을 이렇게 웃고 울리는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9회 2 아웃의 기적이 있었듯 정말 야구는 9회 말 2 아웃까지도 그 승부를 누구도 속단할 수 없기에 더 매력적인 것 같다.
텔레비전 중계로만 야구를 보다가 처음으로 야구장을 갔던 날, 응원단의 응원열기를 제외하고 오히려 더 적막하고 고요한 경기의 순간이 참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다. 제대로 맞은 공이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고 제대로 공이 빠졌을 때, 혹은 기막히게 캐치했을 때의 그 탄성과 환호. 옆에 있는 그 누구라도 함께 친구가 될 수 있는 세 시간의 스포츠.
몇 해 전, 기아타이거즈의 팬인 남편을 따라서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직관했었다.
기아의 사랑 양현종 선수가 마운드로 올라설 때 모두의 함성과 그의 걸음걸이는 영화의 한 장면과 같았고 우승의 순간 모두 하나 되어 하이파이브를 하고 울고 웃는 가운데 기아의 팬인 아니었던 나 역시 마음속에서 벅차오르는 그 무엇에 울컥했었다.
정말 되는 일이 없고 너무 고단했던 2017년 막바지에 누군가의 결실이 맺어지는 순간을 함께하면서 나는 어쩌면 내 인생도 이렇게 좋은 순간이 올지 몰라 희망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야속한 시간들 속에서 아니야 좀만 더 버텨봐 다음은 너야 라는 누군가의 격려가 아닐까 생각했다.
LG 트윈스 팬들의 찐 기쁨이 주위에서 들려오는 오늘, 어디선가 누군가에겐 이 야구우승이 다시 한번 도전하는 원동력이 될 테고 무엇보다 깊은 위로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우승을 지켜보며 내년엔 저 기쁨을 우리가 누리리, 유광잠바는 우리의 것을 외치는 더 많은 야구팬들이 있다.
아 정말 이래서 야구는 끊을 수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