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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텍이 Dec 20. 2021

기록이 만드는 길 (부제 : 삶기술학교 사진전)

삶기술학교 뉴스레터 제삶지대 66호 2021. 11. 12. Fri

오늘의 BGM - 전진희의 'Breathing in November'


독자님! 몇 호 전에 ‘벌써 가을이다-’ 하면서 운을 뗐는데, 이젠 가을이란 말은 접어두고 ‘겨울이에요!’ 하고 인사해야겠어요.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러 2021년의 끝자락으로 달려가고 있는 중인데요. 오늘은 2021년이 딱! 50일 남은 날이에요. ‘겨울’이라고만 뭉뚱그리면 한 해가 끝나간다는 게 그리 와닿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날들을 마주하니 감회가 새로워요. 독자님은 어떠신가요? 

전 늘 이때 즈음이면 공허한 감정이 찾아오더라고요 한 해가 지났는데 별로 바뀌지 않았다는 실망감, 무언가를 시작했어도 큰 발전이 없었노라고 평가하는 마음에서 오는 좌절감.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압박감(?)이 합쳐진 그리 밝지 않은 감정들이요. 그런데 이런 감정은 늘 저를 흔들어 놓기만 했었네요. 

사람마다 각자 이상이 있기 마련이고, 저마다의 속도대로 이상과 견주며 살아가고 있어요. 아마 저도, 독자님도 그러시겠죠. 그런데 삶이라는 트랙 위에서, 이상에 닿는 그 순간만이 우리의 목표인지는 한 번 생각해 볼 법해요. 산다는 게 이상에 닿자마자 끝나는 것이 아닌, 이상을 이루고 그 모습을 오래도록 영위하는 모습이라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태도도 결을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로지 목표만을 위해, 이룬 게 없다며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채찍질만 하는 태도는 잠시 내려두고요. ‘결국 인생은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닌 장기전’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가끔은 내가 했던 일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다음 걸음으로 한 발 더 내디딜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힘을 실어주는 과정은 필요할 거예요.


전 그 과정을 ‘기록’이한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제게는 ‘기록’만이 저를 이끌어주는 유일무이한 수단이에요 우리의 미래를 보려면, 과거의 역사를 보라고 하잖아요. 수천수백 년 민족 역사에 견주지 못할 ‘짧은 개인의 역사’이지만! 분명 기록은 ‘마음에 머금고 있는 것을 뱉는다’라는 행위 그 자체, 지금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장치, 미래에 스스로를 이끌 이정표로써 우리 삶에 기능하고 있어요. 

기록이란 게 모두에게 엄청난 삶의 원동력을 주고, 미래를 완벽하게 이끌 만큼 기능을 하는 건 아니겠지만, 자동 반사적으로 우리가 기록하려는 순간들을 떠올려보세요. 감동적인 순간을 마주할 때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 사진을 찍고 – 그 사진을 두고두고 보는 이유를 곱씹어 보면 기록이란 건 분명 가슴 벅찬 무언가를 품고 있을 거예요. 

무용지용, 아시죠? 언뜻 보기에는 쓺모없는 것이 오히려 큰 구실을 할 때도 있다는 뜻이죠. 오늘 주제에 적용하면 ? 쓸 데 없는 순간도 없고, 그 순간들을 담은 전혀 쓸 모 없는 기록도 없다! 쓸모 없다는 거, 쓸모 없는지는 어떻게 아는걸까요? 왜 우리가 그렇게 정하는 걸까요? 각자의 기준이 있겠지만 경험해보았기 때문에, 쓸모없는걸 아는거겠죠. 그걸 안다는 것만으로도 ‘쓸모없는 것은’ 쓸모없는 게 아니겠죠.


그것들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살아가는 데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기록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뭐, 무조건 기록에 미쳐라! 이런 뜻은 아니고요. 1년의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며 저처럼 독자님이 어딘가 공허함을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 독자님을 위로하고 앞으로 이끌어나가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수단이 기록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언제나 해오셨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저는 오늘 레터를 정리하고, 방으로 돌아가 제 지난 일년 다이어리를 다시 훑어보려고해요. 다이어리에 일기만 쓰는 건 아니고, 정말 별 거 다 적는데요. 정말 사소하디 사소한 그 기록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때 감정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과거의 저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서- 간만에 그런 시간을 가지려 해요. 

독자님도 같이 해보시겠어요? 글로 기록한 것이 없다면 오늘 당장 이번 달 최고의 사진을 뽑아봐요. 아니면 50일 남았으니까 지난 315일 중 최고의 사진을 뽑아도 좋겠어요. 어디에 올리지 않아도 좋고요, 그냥 혼자만 감상하고 끝나도 괜찮아요. 오늘 하루 바쁘게 달리신 독자님, 갤러리를 정리하며 지난날을 둘러보는 시간마저 새로운 자극을 맞이해보는 건 어떠실까 해요.

마지막으로 삶기술학교 친구들의 추억들을 공유하려고 해요. 이번 뉴스레터 사진전 (ㅋㅋ) 주제는 ‘서천에 온 후, 렌즈에 담은 최고의 순간’이에요. 지난 3년간 한산에 발을 디딘 멤버부터, 3개월 전 가장 최근에 이곳에 온 멤버들까지. 각자 맞이한 순간들이에요.

우린 이런 순간들을 맞이했고, 그 순간들은 각자의 마음속 액자에 걸려 있어요. 독자님도 오늘 마음속 벽에, 독자님만의 반짝이는 순간을 액자에 넣어 걸어보시길 바라며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일주일간 수고 많으셨어요. 다음 주에 뵐게요!


-삶기술학교 yon


제삶지대 사진전 < 한산에 온 뒤,  최고의 순간 >



토플라 | 2021년 8월 16일 서천의 한 바다에서

      

서천에 온 뒤로 서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갯벌을 맘껏 사진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은데,

이 사진은 특히나 갯벌이 잘 담긴 것 같아서 좋아하는 사진이다. 드넓은 갯벌을 보면 바다보다도 신비로운 것 같다!


갯평선 구웃







라이언 | 2021년 10월 9일 오후 5시 21분 군산 무녀도 버스카페에서

모든게 완벽했다.

바벨 | 2021년 10월 14일 신성리 갈대밭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늘 별이 쏟아진다는 말이 무색하게 별이 많은 야경을 보고 싶었는데 여기 와서 보게 되어 너무 좋았다.  마음의 상처가 있은 지 얼마 안됐을 시기라 굉장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던 때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혼자 드라이브도 하고 쏟아지는 별을 보면서 오로지 나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던 순간이다. 







블루 | 2021년 10월 12일 

욘님과의 비오는 날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다.

벨 | 2021년 5월 23일 


달래랑 첫 만남













베어 | 2021년 9월 12일 오후 7시 14분 장항 스카이워크

낯선 곳에서, 낯설음에 뭐든 이쁘게 보이지않았는데 그런  마음을 한번에 녹여주는 노을이었다. 

헤니 | 2021년 10월 1일 한산한 오늘 뒷 길

가을을 맞이하던 날 이날 기분이 되게 안좋았는데 

그 와 상반되게 너무 좋았던 날씨와 좋았던 사람들과 함께 

길가에 쪼그려 앉아 꽃을 구경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서천에 와서 일상중 여유로운 순간을 만끽했던 날


욘 | 2021년 10월 13일 오후 6시 45분 띠섬목해변  

생산적이지만은 않은 생각을 온 몸에 두르고 사는 사람이라 

사진을 찍은 주에도 고민으로 뚤뚤 몸을 감싸고 지냈는데,


서해 밤바다를 처음 마주하고
답답했던 마음이 파도와 같이 씻겨 나갔다.


자유를 느낀 순간! 


미니 코너 : 아날로그 필름 사진들


벨의 필름 사진 


욘의 필름 사진 

| yashica mf-1, 코닥 울트라맥스 400
비인해변



















소개하고 싶은 것들
기록의 쓸모 - 이승희

배달의 민족 전설의 마케터 이승희 작가의 '기록의 쓸모'에요. 작가는 취업이 잘 된다는 말에 치공과를 나고, 지역 병원에 취직을 했는데 일을 너무 못한다 / 센스가 없다는 평을 들었대요. 당시에 네이버 블로그를 했다는데요. 그때 병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별 의미 없이' 올렸는데, 사람들이 그걸 보고 병원으로 오더랍니다.


그렇게 기록을 시작해서 배달의 민족 초창기에 이직을 한 뒤 직무를 헤맬 때 '모르겠으면 써라'라는 말에 팀원들과의 아주 사소한 대화부터 누군가는 기록하고 있는 회의록까지 싹 다 기록하는 '기록 인간'이 되었대요.  거기서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생각과 생각이 연결되고, 쓸모없는 것들이 모이고 모여 쓸모 있는 것이 되는 그런 경험을 하며 기록을 사랑하는 사람이 됐대요. 그러고는 이 책을 만들게 된 것이죠.  


어떻게 기록을 했길래, 어디다가 했길래 이렇게나 성장 한건 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궁금하시다면- 아래 버튼을 클릭해서 책 정보를 훑어보세요.


세상엔 이런 사람도! - 호주 높이뛰기 선수 '니콜라 맥더모트'


이번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호주의 높이뛰기 선수 '니콜라 맥더모트'  밝은 에너지와 실력 외에도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이 선수만의 행동이 있었는데요. 바로 '메모하기' 였어요. 뛸 때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카메라가 바로 코앞에서 자신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다이어리에 메모를 하고 있었는데요.


니콜라 맥더모트는, 9살인 2005년부터 올림픽 출전을 향해서 일기를 썼다고 해요. 매 차시가 끝나고, 감정이 흔들릴 때마다 종이에 감정을 쏟아내고 한결 가벼워진 것 같은 얼굴로 참가하던 선수의 표정이 잊히질 않아요. 저 일기는 정말 말 그대로, 선수를 이곳에 이끌기도 한 보물과도 같은 것이겠죠?

(사진 출처 : 스포츠머그 유튜브 )


11월의 호흡 : Breathing in November - 전진희 

전진희의 앨범 Breathing.

1월부터 12월까지, 

Breathing in January 부터 Breathing in December까지

가사 한 줄 없이, 오로지 피아노 선율만으로 한 달의 풍경을 음표로 그려내어요. 


11월이니까, Breathing in November를 가지고 왔어요. 

님의 11월이 더욱 아름답기를 바라며,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주에 뵐게요 

  

- 사랑을 담아, 삶기술학교 YON


편지를 보낸 삶기술학교@한산캠퍼스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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