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기술학교 뉴스레터 제삶지대 68호 2021. 11. 19. Fri
독자님, 오늘 아침과 점심 잘 챙겨드셨어요? 이렇게 안부를 물어도 이상하지 않은 우리는 한국인! 많은 사람들이 ‘한국은 밥에 진심인 나라’라고 한다더라고요. 그것도 그런 게,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에게 ‘밥이나 먹자’, 누군가의 건강 걱정을 할 때 ‘밥은 챙겨 먹었니’라고 묻기도 하죠. 또 혼날 때는 어떻게요? “밥도 없을 줄 알아” 이러잖아요.
뭐 꼭 한국만 그렇게 밥을 중요시하는 건 아닐 거예요. 인간 생활의 3요소를 생각해 보세요. 이 개념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Basic needs로 통용되는데요. 이 기본 3요소는 바로 < 의 식 주 > 예요. 이 개념의 ‘식’에는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행위들이 포함되어 있어요. 사람이 반드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에너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밥에는 분명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채우는 수단’으로서의 개념만 있는 것은 아니죠. 우리가 밥을 통해서 안부를 묻고, 식사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나고, 때로는 위안을 얻듯, 사람을 이루는 어느 깊은 곳을 식사라는 개념이 담당하고 있을 거예요. 저는 음식이 몸에도, 정신에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데 독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 혜원이는 도시생활에 지쳐 고향집인 의성으로 내려가 버려요. 오랜 고시생활과 쉬어버린 편의점 밥에 질린 거죠. 그렇게 내려와서는,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가 왜 왔냐 캐묻는 말에 ‘배고파서 내려왔다’고 대답해요. 진짜 배고파서 왔대요.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그 말이, 곧 끼니 답지 않은 끼니를 챙기는 날들에 정성과 휴식이 고팠다는 뜻으로 들렸어요.
저도 ‘(밥은 먹고살지만) 배고프다’라는 주인공의 말에 깊게 공감이 되더라고요. 음식은 몸과 정신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아버린’ 사람으로서 ‘배부른 음식’을 우리 삶에서 접하는 게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느끼고 있어요. 배만 부른 음식들만 접하다 보면 정신이 배고파지고요, 그렇다고 너무 정신에만 치우쳐지고 배가 차지 않을 음식들만 품다 보면 늘 허기지기 마련이거든요.
삶기술학교가 세워질 당시 초기 교장선생님의 연사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삶기술학교를 구상할 때에, 살면서 필요한 기술들을 되려 습득하기 어려운 도시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삶의 기본 능력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배워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어내셨대요. 정말 우리는 너무나 간단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본질과 가까운 기술들과는 점점 멀어지고, 어쩌면 나를 지지할 수 있는 단단한 기둥 하나를 평생 못 얻게 될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저는 이곳 한산에 오기 한참 전, 스무 살부터 스물다섯 살까지 약 4년 반 정도 자취를 했는데요. 일정이 없어서 홀로 자취방에 있는 날에는, 곧 죽어도 제 손으로 밥을 해먹으려 했어요. 사 먹는 게 더 저렴한데도 그렇게도 직접 한 밥에 집착했는지를 이제 와서 알겠더라고요. 모든 게 불안인 시기에, 내가 나한테 밥을 먹인다는 느낌으로 늘 식사를 차린 듯해요. 먹는 게 오로지 먹는 것이 아닌 때라서요.
그때와 결은 다르지만 인생의 마디를 지나고 있는 저는, 또다시 이곳에 와서 식사의 중요함을 느끼고, 더불어 같이 식탁에 둘러앉는 것의 의미를 깊게 느끼고 있어요. 생각보다 내가 ‘나’로 산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은 이 시대에, 하루 24시간 중 온전히 ‘나’로 살 수 있는, 온전히 ‘나’에게 맞출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별로 없지 않나요? 굳이 그런 시간을 찾아 나서야만 마주하게 되는 지금, 한 그릇과 대화는 그 시간만으로도 충분한 영양이고 앞으로 살아갈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고 봐요.
독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독자님이 오늘 드신 점심에, 아니면 언젠가 차려먹은 한 끼에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 그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있었나요? 저는 한 그릇에 정성을 다해서 먹는 사람을 보면 그만큼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대할 수 있는 힘을 지닌 것 같아, 늘 그렇게 행하는 사람들이 부러우면서 그렇게 되고 싶더라고요.
바쁜 날들에 독자님이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한 그릇으로 허기진 속을 든든히 채우는 시간을 갖기를 바랄게요. 또, 삶기술학교에서 만난 소중한 감정들이 화면 너머 텍스트로 닿아있는 독자님에게도 전달되었으면 해요. 이번 한 주도 수고 많으셨고요, 감기 조심하세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추신 : 식사 꼭 챙겨드세요
- 삶기술학교 YON
삶기술학교 멤버들의 소울푸드 레시피
벨의 소울푸드 “과카몰리” 레시피
재료) 아보카도 1개 , 양파 1개 , 토마토 적당히 , 레몬 4/1 , 소금 , 후추
1. 잘 익은 아보카도를 반으로 나눠서 씨를 빼주고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으깨준다.
2. 양파를 촘촘하게 다져주고, 토마토도 깍둑썰기로 잘게 썰어준다.
3. 으깨진 아보카도와 다져진 양파, 토마토를 한곳에 담아 짓 눌리지 않게 잘 섞어준다.
4. 소금을 소금 소금, 후추를 후추후추 뿌려 내 입맛에 딱 맞는 간을 해준다. (적당히 넣어가며 중간중간 간을 봐주기)
5. 마지막으로 레몬즙으로 뿌려 잘 섞어서 맛있게 먹어준다.
블루의 소울푸드 “참치 김치볶음밥” 레시피
재료 ) 식용유, 참치, 김치, 양파, 쌀밥, 참기름, 계란
1.김치와 양파를 잘게 썬다.
2.김치 국물을 한 숟갈 넣고 잘게 썬 김치와 양파를 볶는다
3.참치와 쌀밥을 넣어 함께 볶는다.
4.참기름을 두르고, 김치볶음밥은 완성
5.반숙 계란 후라이를 올린다!
베어의 소울푸드 “ 떡국 “ 레시피
재료 ) 소고기 국거리용, 떡국용 떡, 대파, 달걀, 멸치 (육수용), 액젓, 참기름, 간장
[재료 손질]
1. 떡을 찬물로 살살 씻어준다.
2. 대파는 어슷 썰어 둔다
3. 계란은 알끈이 풀어질 때까지 저어둔다
4. 육수는 다시마와 국물 멸치를 넣고 끓여준다.
[조리시작]
5. 예열된 팬에 참기름을 넣고 중불에 소고기를 핏기가 없어질 때까지 볶아준다.
6. 소고기가 들어있는 팬에 육수를 넣고 센 불에 3분 정도 끓여준다
7. 끓기 시작하면 떡과 액젓을 넣는다
8. 떡이 풀어지면 계란을 한 바퀴 풀고 고명으로 어슷 썬 대파를 조금 올린다.
소개하고 싶은 것들
카레만 되는 거 아닙니다 : 당근, 양파, 감자 레시피
당근, 양파, 감자! 우리 일상에서 가장 많이 보는 채소에요.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막상 사면 또 매일 새로운 무언가를 해먹기에는… 분명 레시피가 무궁무진할 ‘것’은 아는데, 머릿속에서 바로 튀어나오진 않죠.
여행 중에 이 책을 만나서, 당장 구매했고 이후로 도장 깨기 하듯 레시피를 하나씩 시도해 보았는데요.
장담합니다. 실패 없습니다.
당근, 양파, 감자..집에 늘 있는 것 같은데? 하시는 분들 눈여겨보시는 것 추천해요!
*YON의 추천 레시피*
베이컨 된장찌개, 게살 토마토 파스타, 당근라페, 햄감자샐러드, 소고기 감자조림
매일 정성으로 사는 인플루언서, 무과수
오늘의 집의 커뮤니티 매니저이자 에디터,
<안녕한, 가>, <인디펜던트 워커>, <집다운 집>, <무과수의 기록> 시리즈를 출간한 작가.
이 인플루언서를 팔로우 한 지 어언 2년, 먹고 집을 꾸미고 사는데 이렇게 진심인 사람은 처음이다!
거의 매일 올리는 피드 속엔, 자기 하루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흘러갔는지, 요즈음엔 무슨 생각을 하는지로 가득해요.
저는 늘 무언가를 기록하기를, 제 손으로 끼니를 만들어 먹기를 지향하는 사람이지만, 그런 라이프 스타일을 갈망하는 사람 치고 아주 습관화가 되어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데요. 무과수 작가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온라인 리추얼 서비스, 밑 미’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일기를 쓰는 리추얼을 진행 할 만큼 습관화과 되어 있는 듯해요. (거의 매일 짧은 일기를 올리거든요)
평범한 듯하지만, 어딘가 닮고 싶은 일상이 담겨있는 사진과 함께 무과수 작가의 담백한 어조로 쓰인 일기를 둘러보세요. 어느새 팔로우 버튼을 누르고, 다음 피드를 기다리고 있을지도요!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 유자차 - 브로콜리 너마저 (2008)
2008년에 나온 브로콜리 너마저의 유자차
바닥에 남은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부어
그만큼 달콤하지는 않지만 울지 않을 수 있어
온기가 필요했잖아, 이제는 지친 마음을 쉬어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지쳤을 때 마시는 차 한 잔이
단순히 몸을 덥히기만 하는 한 잔 일까요?
가사 속 누군가처럼,독자님도 언젠가 음식에게서 위로를 받았을 지도 몰라요.
정신없이 돌아가는 바쁜 세상에,
내가 정한 어느 날, 어느 시간만큼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 대접해 주듯 차려주는 건 어떠세요?
독자님께서
차를 마시든, 식사 한 접시를 하든,
든든하고 따뜻한 시간으로 마음과 배를 채우시길 바라면서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인사하려고요.
든든한 주말 보내시고요,
다음 주 금요일에 뵐게요!
-사랑을 담아, 삶기술학교 YON
편지를 보낸 삶기술학교@한산캠퍼스 둘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