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는 도망인가 용기인가

미래로의 후퇴는 없다

by Slowwalk


지금까지 아홉 번의 이직 이야기를 돌아보았습니다.

지나치게 퇴사를 가볍게 쓴 것은 아닌지, 혹여 여러분께 ‘이직이 쉬웠다’는

무책임한 자랑으로 비치지는 않았을지 걱정되어 이내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서툰 글에 제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온전히 담지 못한 것 같아 반성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다시금 기억을 되짚어 봅니다.

이직의 구간을 거쳐 갈 때마다 상황에 못 이겨, 혹은 감정에 휘둘려

회피성 도망을 했던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봅니다.

특히 커피 회사와 비영리 단체에서의 마지막은 솔직히 고백하건대,

정제되지 않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당시 제 마음을 지배했던 것은 '분노'와 '화'였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제가 소중히 여겼던 일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자괴감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결코 허투루 일을 한 적은 없습니다.

좋아하는 이 일에 '부끄러움'이라는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끈기와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타인은 그저 1년을 넘기지 못했다는 이유로

제 여정을 '실패'로 간주하곤 합니다.

누군가는 이를 회피성 도망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다음을 향한 용기라 부를지라도 이는 결코 '죄'가 아닙니다.

이 모든 선택은 결국 타인이 아닌 '나'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결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력서에 새겨진 ‘1년’이라는 숫자가 끈기의 척도가 될 순 있겠지만,

그 숫자 너머에 숨겨진 ‘성장의 갈망’과 ‘무한한 가능성’까지

증명해 주지는 못합니다. 다행히 시간이 흘러 경력이 쌓이자,

사람들은 더 이상 짧은 재직 기간에 매몰되지 않고 제가 길어 올린

'성장의 서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색색가지 구슬처럼,

당혹스러움과 기쁨, 분노와 설렘이 뒤섞인 그 모든 감정의 기록들이

이제는 제 이직의 곳간을 채우는 가장 귀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제 이야기에는 드라마틱한 성공 신화는 없지만,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노를 저어온

한 평범한 직장인의 독특한 진행형 ‘이직 표류기’입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이 여정이,

지금 저마다의 언덕길을 오르고 있는 여러분에게

작은 위로와 동행의 손길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부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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