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러 개의 이름으로 살아왔다.
태어나 처음 부여받은
나의 첫 번째 이름은 박신혜.
믿을 신.
은혜 혜.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고
삶의 대부분을
은혜로 받아들이게 된 것도
어쩌면 이 이름 덕분일지 모른다.
두 번째 이름은
필리핀 어학연수 갔을 때 생겼다.
영어 이름을 지어야 했고,
처음에는 Ann이라고 정했다가
같은 이름이 있어
급하게 Cindy로 바꾸었다.
Cindy는 알고보니
신데렐라를 줄여 신디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그래서였을까.
그 이름을 쓰던 시절엔
유난히 잡일과 집안일을 많이 했다.
Ann이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리고 세 번째 이름, 다봄.
블로그 닉네임을 고심하던 중
갑자기 머릿속을 스친 이름이었다.
세상의 모든 경험을 다 해보고 싶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보고, 느끼고, 배우고 싶었던
나의 열정이 담긴 이름.
나는 이 이름으로
이렇게 나를 소개하곤 했다.
세상을 내다봄,
오감을 이용해 다봄,
나를 만난 사람들과
나의 길을 다 봄으로.
나다움을 만들기 위해
나를 들여다봄,
세상을 내다봄,
내가 원하는 모습을 그려다봄.
그렇게 나는 경험수집가를 자처하며
정말로 다 보고 다니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제는 차분해지고 싶어졌다.
무언가 하나에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 무렵 인도를 갔고,
그때 지은 이름은 선샤인.
내 재능을 드러내며
밝게 빛나고 싶었다.
밝게, 더 밝게
살려고 애썼던 시간.
그러다 지금의 이름에 이르렀다.
슬로우위드미, 제이다.
외향적으로,
역동적으로,
밝게 살아야 한다고 믿었던 나는
사실 그리 밝은 사람이 아니었고
내향적인 성향이 더 강했다.
서두르는 걸 싫어했고,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가고 싶어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답게 살 때
비로소 내가 원하던 것들을
이룰 수 있을 거란 확신을.
그래서 이 이름을 선택했다.
이름대로 산다는 말처럼
이름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짧은 이름 안에
삶의 방향이 담겨 있으니까.
나는 내 본래 이름도 좋고
지나온 모든 이름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름조차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내가 원한다면
내 삶의 방향 역시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걸 이름을 통해 배웠다.
우리는 한 번 정해진 이름으로만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지금의 나에게 어울리는 이름으로
나를 다시 불러도 된다.
당신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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