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꾸준히 쓰진 않아도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이야기를 끄적여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낙서라도.
나는 쓴다는 행위 자체를 참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글씨 쓰는 속도도 꽤나 빠르다.
수업 듣는 시간은
나의 빠른 손놀림을
마음껏 발휘하는 시간이 되곤 했다.
중학교 때는 문예반에 들어
글쓰기 대회에 나가기도 했고,
상도 여러 번 탔다.
일기는 초등학교 때부터
나에겐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스물두 살,
여행 에세이 책을 한 권 읽고 나서
나도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품게 되었다.
마음껏 여행을 다니며
글을 쓰는 삶이
참 행복해 보였다.
그 이후로도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늘 작가라고 대답했지만,
그 꿈에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
맛있는 반찬을
나중에 먹으려고 아껴두듯
꿈도 계속 아껴두고만 있었다.
어쩌면
두려웠던 것 같다.
정말 내가 원하는 꿈이 아닐까 봐.
잘하지 못할까 봐.
입으로만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던 나에게
친한 언니가
책쓰기 코칭 수업을 추천해 주었다.
이제는 시작해 보자는 마음으로
첫 수업을 들은 날,
나는 깨달았다.
아,
나는 글쓰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글은 자연스럽게 써졌고
함께 수업을 듣던 분들에게 박수도 받았다.
그때부터
여행 작가라는 꿈을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른 일들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독서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하며
여행 작가가 꿈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여행사 대표님이
나에게 함께
여행 팟캐스트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나는 흔쾌히 좋다고 답했고,
여행 작가들을 초대해
여행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를
1년 넘게 운영했다.
내가 동경하던 여행 작가님들을 만나며
오히려 나의 갈증은 더 커졌다.
글을 쓰려는 노력보다
여행을 하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해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재작년,
내가 찍은 사진과 짧은 글을 엮은
엽서북을 제작해 판매하면서
비로소 한 걸음을 내디뎠다.
돌아보면
나는 꿈을 이루기보다
돈을 벌기 위해 애써왔고,
그 과정에서
꿈과 돈,
모두에게서 멀어졌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내 꿈에 조금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이유다.
내 글을 판단하고 비교하는 일도 그만두고,
자꾸만 성장을 부추기는 유혹에도
휘둘리지 않으며
묵묵히 글을 써 내려가려 한다.
글을 쓴다는 사실만으로도
살아 있음을 느끼고
행복을 느낀다면,
그걸 그만둘 이유는 없으니까.
계속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 보려 한다.
그래서
이 글을 읽어주는 당신에게
더, 더, 더 고맙다.
잘하는 일은
발견이 아니라
축적이라고 하니까.
당신과 함께
천천히
축적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