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동녘도서관이 있다.
작년, 동녘도서관은 개관 30주년을 맞아 기념 책자를 만들었다.
그 책자에 동녘도서관을 사랑한 예술가 중 한 사람으로
내가 글을 쓰게 되었다.
나에게는
아주 뜻깊고,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 책자에 담긴 글을
이곳에도 함께 옮겨본다.
동녘도서관에서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아이를 데리고 긴장된 마음으로 처음 찾았던 날, 이곳은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나와 아이에게 새로운 행복의 공간이 되었다. 아이를 따라 책장을 돌고, 책을 꺼내 들고, 책을 읽는 형아들에게 다가가 아는 척을 해달라는 듯 눈을 맞추던 순간들이 아직도 선하다. 한쪽 공간의 작은 텐트 안에서 반짝 웃음을 지어 보내던 아이를 보며,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함께 미소 지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아이를 따라다니느라 마음이 조급했던 나에게, 사서 선생님은 “괜찮아요.”라며 너그러운 미소를 건넸다. 그 한마디에 마음이 놓였고, 우리는 그날 이후 도서관을 자주 찾게 되었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어른의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글을 쓰며 내가 얼마나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글이 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둘째를 품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 시기에 글을 쓴다는 일은 나를 단단하게 붙잡아주는 힘이었다. 무엇을 쓸지 고민하고 문장을 다듬는 과정이 매일의 의지가 되었다. 강사님의 진심 어린 피드백과 함께한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속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 중반쯤 첫째가 폐렴으로 한 달 가까이 입원해 있었지만, 아이가 잠든 밤마다 병실의 희미한 불빛 아래 글을 썼다. 쉽지 않았지만 그 시간들이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완성된 글을 정성스럽게 책으로 엮어주신 사서님 덕분에 수업 마지막 날은 더욱 뜻깊었고, 큰 감동을 받았다. 글쓰기는 내 삶의 결을 다시 정돈해 주는 조용한 물결이 되었다.
제주 세화, 이 마을에 동녘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큰 위안과 행복이 된다. 이곳에서 아이와 추억을 쌓고, 나의 열정을 채우며, 마음 가는 책을 마음껏 들여다본다. 가끔 열리는 공연과 전시는 시골에서 느끼기 어려운 문화적 풍요로움을 선물해 준다.
최근 다시 찾은 동녘도서관은 그사이 한층 더 따뜻하게 변화해 있었다. 특히 사서 선생님이 주제별로 책을 큐레이션한 블라인드 북 코너가 인상 깊었다. 마치 도서관이 아니라 작은 책방에 온 듯한 설렘이 있었다. 추천 책이 적힌 종이들이 나무에 열매처럼 매달려 있는 모습은 오래도록 발길을 붙잡았다. 책을 읽는 공간도 한층 편안하고 감성적으로 변해 있었다.
동녘도서관은 여전히 조용하지만 살아 있는 공간이다. 책이 머무는 곳이자, 사람과 마음이 머무는 곳. 나에게 동녘도서관은, 삶을 다시 써 내려가게 하는 따뜻한 공간이다.
오늘의 단어 <도서관>
조용한 위로와 단단함을 배운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