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두 시 이태원 카페
평일의 시간을 비싸게 쳐줄 때
평일 오후, 이태원에 혼자 갔다. 한 달 전쯤이었던가, 주말에 직장인 친구와 함께 돌아다녔던 거리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카페 앞에는 작은 의자가 서너 개 놓여있었고, 사람들은 뙤약볕 아래 앉아 차례 기다리고 있었다. 줄 서서 먹는 식당은 자주 봤어도 카페에 줄 서는 것은 거의 못 봤는데, 정말 맛있고 분위기 좋은 곳인가 보다 했다.
같은 길을 지나다 다시 그 카페를 봤다. 창가 쪽에 앉은 사람 한 명 빼고는 텅 비어있었다. 딱히 커피를 마시고 싶은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지나치는 게 더 손해 같아서 일단 들어갔다. 예상했던 대로 카페는 분위기 있으면서도 개성이 넘쳤다. 한번 둘러보고 가장 예쁜 자리에 앉았다. 선곡이 마음에 들어서 노래를 찾아주는 어플로 두어 곡 정도 제목을 알아왔다. 음료도 독특했다. 맛있었다. 창가에 있던 손님이 곧 나갔다. 육천 원으로 카페를 전세 낸 기분이었다. 이렇게 평일의 시간은 주말의 시간보다 좀 비싸게 쳐준다.
회사를 그만두고 난 뒤부턴 주말은 집에서 보내고 평일에 밖을 돌아다니려 한다. 이런 비대칭이 좋다. 천 원을 들고 국경을 건넜더니 만원이 된 기분이다. 회사를 다닐 때 극성수기에 휴가를 갈 수밖에 없어 두배 정도 비싸게 주고 비행기표를 샀던 적이 있다. 유럽에 가면 꽃이 그렇게 싼데 굴은 굉장히 비싸단다. 우리나라와 반대다. 가치라는 게 이렇게 상대적이다. 나는 확실히 다른 나라로 넘어온 것 같다.
최종 목표는 국경지대 즈음에 자리 잡는 것이다. 이쪽저쪽을 오가며,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는 삶의 균형을 찾고 싶다. 그런 삶이 어디에 숨겨져 있어 내가 발견해야 하는 형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빚어내야 하는 형태인지 아직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했다. 첫걸음은 다음 걸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다음 걸음은 그다음 걸음으로. 계속 걷다 보면 점차 원하는 곳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좋은 미래를 상상하면서 커피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