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사건. 그 안에 숨겨진 진실.
요즘은 어드벤처 장르라 하면 언차티드나 툼레이더를 떠올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저한테 있어 어드벤처 장르란 원숭의 섬의 비밀 혹은 매니악 멘션 같이 화면 아래 커맨드를 사용해 이동, 대화를 하거나 물건을 수집, 조합하여 퍼즐을 푸는 게임을 말합니다.
근래의 어드벤처 게임은 헤비레인을 시작으로 워킹데드, 라이프 오브 스트레인지으로 이어지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생각합니다. 호러 장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요. 역전재판이나 단간론파 같은 게임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물론 최신작인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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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풍년이라 할 수 있는 요즘 섹시 브루테일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 디자인과 제목에서 느껴지는 임팩트 때문입니다. 방탕한 졸부들의 부정한 사교모임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과 제목이 흥미를 돋궜고 섹시 브루테일이란 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꼭 알고 싶었습니다.
1. 시간을 돌려 사건을 막아내자!
주인공을 조작하여 원래 일어났어야 할 살인사건을 막으면 됩니다. 단 여기엔 조건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존재를 누구에게도 들키지 말아야 하며 간접적인 방법으로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줘 생환시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주인공은 그만의 특별한 힘인 시간 되감기로 시간을 반복해서 되감아 피해자를 구할 수 있는 단서를 찾고 행동하여 살인을 막아냅니다.
시간을 되감아 사건을 방지한단 콘셉트는 아주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도 비슷한 내용이고 장르는 다르지만 뮤주라의 가면이나 쿠르노 트리거에서처럼 흔하다면 흔하게 접하는 소재입니다.
피해자를 구하지 못하면 처음으로 돌아가지며 얻었던 도구는 잃게 되지만, 지식은 남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동선도 파악할 수 있고요. 섹시 브루테일은 시간을 반복하면서 기억되는 것과 초기화되는 것을 파악하여 사건이 어떻게 발생하지 파악하고 살인을 막아야 합니다.
게임 자체는 어려운 편이 아닙니다. 게임의 무대인 저택은 크고 넓지만 사건이 발생하는 지역 외의 공간은 게임을 클리어하는 데 사용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A라는 피해자가 1이라는 지역에서 살해당한다면 A를 구하기 위해선 1-1, 1-2. 1-3 같은 근처의 방을 수색하면 되지 전혀 생뚱맞은 2, 3, 4의 지역을 탐색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간을 되돌려 등장인물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 이것이 섹시 브루테일의 재미 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2. 본편에 다 넣지 못한 배경 이야기.
사건은 시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발생하며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이 서로 만나고 대화하고 헤어지는 행동을 취합니다. 이들의 대화를 엿듣다 보면 본편을 해결하는 데엔 상관은 없지만, 이들이 어떤 관계의 인간들인지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세계관을 즐기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것 말고도 저택 내에 타일이라던가 장식품, 등장인물들의 복장 같은 것들도 인상적입니다. 퇴패한 영국 신사들의 사교모임 이미지가 물씬 납니다.
후반부에 진입하면 해당 지역의 역사를 알 수 있는 특수 기술을 얻어 도감을 채울 수 있는데 이걸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게임 내 주요 장소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관여되어 있어 이걸 읽기만 해도 즐거웠습니다. 문제는 이런 것들이 플레이로 녹아나지 않았습니다. 좋은 배경 스토리가 있다 해도 게임 본편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아쉬웠습니다.
3. 멋진 스토리. 프레임 드롭 그리고 형편없는 번역
앞서 말했듯이 게임의 난도는 높지 않습니다. 게임을 따라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면 멋진 스토리에 감탄하게 되고 최고의 엔딩 장면으로 그간의 플레이를 보상받습니다. 단, 이 과정이 순조롭진 않을 겁니다.
최적화가 엉망이라 방에서 방으로 장면이 전환될 때 게임이 두두두두득 끊기는 현상이 빈번하고 특히 형편없는 번역 수준은 한글을 재번역해서 읽어야 하는 수준입니다. 특히 열쇠의 용도를 설명하면서 '문'의 열쇠를 '상자'의 열쇠로 설명해 수 시간을 허공에 날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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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브루테일은 단점이 있는 게임입니다. 프레임 드롭과 번역은 게임을 하는 내내 거슬립니다. 허나 저렴한 가격과 게임성 그리고 스토리는 이를 견디고 플레이할 정도의 매력이 있지요.
저택에서의 기묘한 살인사건. 섹시 부르테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