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오래 쉰 것 같았지만, 날짜를 세어보니 얼마 되지도 않았다.
5월 2일에 안식 휴가 15일을 상신하고 5월 16일 부터는 3개월 간의 휴직이 시작되었다.
5/16일 부터 지금까지 그래봐야 한 달 반, 안식 휴가까지 합하면 이제 두 달 째다.
회사를 다닌지 11년 5개월 차에 쉼을 결정하기 까지 고민은 오래되었지만, 결정하는덴 단 2틀이었다.
조직이기에 결국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진행해야 했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1달 간의 파견 이후의 결정이라 아직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지 않아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다.
쉬면서 첫 날부터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써보자고 마음 먹었지만, 세번 째 쓴 일기 뒤로 꼬박 한 달 뒤인 오늘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랜 직장생활로 집에서는 컴퓨터 앞에 거의 앉지 않게 되었고, 전화통화를 하는 것도 너무 싫어진 탓에 일이 아닌 취미든 뭐든 컴퓨터 앞에서 하는 것은 다 싫어졌다.
글도 쓰고 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다는 마음만 있고 컴퓨터 앞에 앉는 것에 대한 거부감때문에 아무 것도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도 힘들고 소중하게 얻은 시간이니 만큼 시간이 지나 다시 회사를 다닐 때 곱씹어 볼 수 있도록 길든 짧은 기록을 남겨두면 좋겠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얼마 전에 남편에게 쉰지 두 달이나 되어가는데 왜 여전히 아무 것도 하고 싶지가 않을까?
쉬면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취미생활도 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이지 아무 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
하루동일 그냥 누워만 있을 때도 있고 웹툰이나 유투브 보면서 타임 킬링하는 날도 너무 많아...
뭔가 더 한심해지는 기분이야. 라고 했더니,
"왜 꼭 뭘 해야해? 쉬려고 한 거 잖아-"
라는 말에 다시 한 번 정신을 차렸다.
"회사 다니면 다시 이렇게 못 쉬어. 아무 것도 안하고 푹 쉬는 것도 지금 이 휴직에 의미가 있는거지."
남편도 너무 쉬고 싶을텐데 내 맘을 편하게 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하하.
그래, 쉬려고 휴직한 건데 왜 꼭 뭘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런 마음 때문에 계속 마음 한 켠이 불편했던 것 같다. 스트레스 보다도 불안이 높은 이유도 그런 거 겠지.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소중한 시간을 최선을 다해 누리는 것. 그것이 이번 휴직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