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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어시인 Jun 09. 2022

커뮤니티 언어가 곧 나의 언어

20분 글쓰기(9) 커뮤니티가 나를 키우고 나를 완성해준다.

커뮤니티의 힘은 놀랍다. 혼자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도 여럿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많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커뮤니티를 만나고, 특히 커뮤니티의 언어를 통해 생존을 유지한다.

부모의 언어를 통해 아기는 생존 법칙을 배우고, 부모는 아기에게 커뮤니티의 시작이 된다.

성장해갈수록 우리는 더 많은 커뮤니티를 만나면서 새로운 언어를 접한다.


언어 속에 담겨 있는 문화, 철학, 윤리, 규범 등을 하나씩 하나씩 내 것으로 체득화한다.




나는 수어를 쓰는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언어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모두가 소통을 위해 한국 수어를 쓰지만, 단 한 명도 그 수어가 똑같지 않다.


지역마다, 연령마다, 자라온 환경마다 다 다른 형태로 수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왜 다를까? 왜 내가 배운 수어랑 다르게 쓰는 걸까?


수어에는 왜 변이형이 존재하는가?

수어에는 왜 표준 수어가 아직 없는가?

수어에는 왜 비수지가 다르게 나타나는가?

등등 여러 가지 특성이 구어와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를 이해하기까지 상당한 오랜 기간이 필요했다.


나는 태어나면서 배웠던 음성언어(구어)의 말, 맥락을 정확히 파악하는데도 대략 30년이 걸린 듯하다.

왜냐하면 사회에 나와서 그 단어를 직접 경험하고 느껴보고 많이 접해보고 나서야 학교에서 배웠던, 책에서만 보았던 단어의 뜻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수어도 마찬가지 아닐까?

수어를 배우는 시간도 충분히 필요하고 수어를 수집하고 정리한 자료를 통해 접하고 공부하는 습득 기간이 최소 20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배웠던 수어를 사용하는 커뮤니티에 들어가 커뮤니티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맥락을 알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될지도 모른다.



커뮤니티의 언어를 통해 나는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보기만 해도 소통이 되는 세상, 그러나 잘 보아야 한다는 점.


아주 오래전부터 수어를 사용해왔지만,

이를 기록할 문자가 없어 수어의 역사적 자료가 부족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커뮤니티의 철학이 곧 나의 철학이 된다.

커뮤니티의 실력이 곧 나의 실력이 된다.

커뮤니티의 문화가 곧 나의 문화가 된다.



나는 수어 커뮤니티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철학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수어 커뮤니티를 통해 수어를 바라보는 실력을 키워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수어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정답이 없음을 배웠다.




커뮤니티는 나에게 깨달음을 주고

나를 키워주고 완성해주고 있다.


내가 속한 그 커뮤니티를 발전하고 이뤄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일원이 되어야겠다.


그게 내가 속한 커뮤니티에서 받은 사랑을 보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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