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의 힘은 놀랍다. 혼자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도 여럿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많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커뮤니티를 만나고, 특히 커뮤니티의 언어를 통해 생존을 유지한다.
부모의 언어를 통해 아기는 생존 법칙을 배우고, 부모는 아기에게 커뮤니티의 시작이 된다.
성장해갈수록 우리는 더 많은 커뮤니티를 만나면서 새로운 언어를 접한다.
언어 속에 담겨 있는 문화, 철학, 윤리, 규범 등을 하나씩 하나씩 내 것으로 체득화한다.
나는 수어를 쓰는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언어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모두가 소통을 위해 한국 수어를 쓰지만, 단 한 명도 그 수어가 똑같지 않다.
지역마다, 연령마다, 자라온 환경마다 다 다른 형태로 수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왜 다를까? 왜 내가 배운 수어랑 다르게 쓰는 걸까?
수어에는 왜 변이형이 존재하는가?
수어에는 왜 표준 수어가 아직 없는가?
수어에는 왜 비수지가 다르게 나타나는가?
등등 여러 가지 특성이 구어와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를 이해하기까지 상당한 오랜 기간이 필요했다.
나는 태어나면서 배웠던 음성언어(구어)의 말, 맥락을 정확히 파악하는데도 대략 30년이 걸린 듯하다.
왜냐하면 사회에 나와서 그 단어를 직접 경험하고 느껴보고 많이 접해보고 나서야 학교에서 배웠던, 책에서만 보았던 단어의 뜻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수어도 마찬가지 아닐까?
수어를 배우는 시간도 충분히 필요하고 수어를 수집하고 정리한 자료를 통해 접하고 공부하는 습득 기간이 최소 20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배웠던 수어를 사용하는 커뮤니티에 들어가 커뮤니티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맥락을 알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