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나에게 말해주기

토닥토닥 안아주는 말

by 케슬시인

난 어릴 때부터 늘 들어왔던 말이 있다.


"너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잘 못 들으니까 10배 100배 더 노력해야해"

"보청기는 안경이나 똑같아. 그저 불편한 거야. 장애가 아니야"

"너도 할 수 있으니까 잘 들으려고 노력해봐"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께서 하셨던 말씀이라 무조건 맞다고 생각했고,

당시 나로서는 정보도 없고 대화할 만한 사람이라고는 부모님이나 윗 층 또래 1명뿐이었기에

저 말씀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조차 못했다.


그로부터 30년 후, 나는 저 생각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너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잘 못 듣는 건 맞아. 하지만, 더 잘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너의 잘 보는 능력을 잘 활용해봐"

"보청기는 안경과 달라. 소통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지. 보청기는 너의 그저 보조 기기에 해당하는 것일뿐이고, 그것에 의존할 필요 없어. 너무 답답하면 벗어도 괜찮아. 너는 너의 장애를 수용하고 인정해도 돼. 애써 부인하려고 할 필요도, 비장애인(청인)처럼 듣는 척 할 필요도 없어. 너는 그냥 너야"

"너도 할 수 있어. 너만의 세계에서 너만의 능력을 충분히 펼칠 수 있어. 그게 수어이든 한글 문자이든 수어문자이든 너가 가장 좋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너의 언어로 세상을 만들어가봐"



이제 나는 나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동안 청인인 척 애쓰느라 많이 힘들었지? 애써 듣지 않아도 될 뻔 했는데,,, 고생 많았어.

다른 사람들 입모양 보랴 말 소리 변별하랴 맥락 파악하랴 정보 인식하랴

너의 뇌 속에는 매일매일 엄청난 일을 하느라고 온 몸의 에너지를 다 끌어 썼을거야

그래서 넌 예민해지고 지치고 마음이 점점 힘들었던 거야.

고생 많았어. 그만하면 됐어. 그 노력만으로도 이젠 충분해.

그러니까 이제 너도 너 생각하면서 살아.

듣지 않아도 되니 그냥 보고 싶은대로 맘껏 보면서 살아봐.

지금까지 잘했어. 앞으로도 너 자신을 믿고 한 발짝 나아가봐.

더이상 남의 기준에 너를 끼워맞추려 온 몸을 우겨넣거나 움츠리지 않아도 돼.

너의 눈으로 온 세상을 바라보며 실컷 날아봐.

이 세상의 너의 편은 나야. 난 나를 믿어. 난 나를 사랑해."



keyword
작가의 이전글꾸준함을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