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리를 지켜내는 이들에게 보내는 깊은 존경의 마음
나는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묵묵히 하면서도 변함없는 퀄리티를 유지하고, 그 안에서 여전히 에너지를 발산하는 분들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있다. 삶의 방향은 수없이 바뀌고, 유혹은 사방에 도사리고 있으며, 현실은 늘 벼랑 끝 같기도 하다. 그런 세상 속에서 한 가지 일을 붙들고, 해를 넘기고, 계절을 바꾸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은 나에게 늘 특별한 감동을 준다.
그리고 다행히도, 나는 그리 길지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그런 사람들을 종종 만나왔다. 식당 주방에서 20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며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불을 켜는 분, 동네 미용실에서 30년째 같은 손길로 사람들의 머리를 다듬는 선생님, 한 직장에서 수십 년을 버텨내며 수많은 동료들을 가르치고, 보내고, 다시 맞이하는 직원들. 그분들이 풍기는 어떤 묘한 안정감, 말없이 전해지는 깊이 있는 울림, 그리고 매일같이 똑같아 보이는 하루하루에 여전히 온기를 담아내는 태도는, 그냥 ‘노력’이나 ‘근면’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경지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다르다. 별 의미 없이 하는 평소의 대화에서 삶의 무게와 시간이 덧입혀져, 때론 책 한 권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그것은 단지 지식이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시간을 견뎌낸 사람만이 갖게 되는 고요한 깊이, 그리고 그 고요 속에서도 여전히 따뜻하게 타오르는 열정에서 오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잘 전달될까. 아직 내 글 수준으로는 그런 분들의 깊이를 글로 잘 전달할 수 없을 것 같다.
가끔 그런 분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이 일을 해오셨어요?” 하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의외로 겸손하다.
“먹고살려고 어쩔 수 없지요.”
“할 줄 아는 게 이것뿐이니 계속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어떤 분들은 자신의 길을 대단치 않은 것으로 여기며 스스로를 낮추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는 그분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대단하다고 느낀다. 억지로 붙잡고 있었다면 분명히 놓았을 법한 그 일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다시 붙잡는 그 태도 속에야말로 애정이 있다. 책임감이 있고, 무언의 신념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어떤 사랑이 있다.
세상은 ‘새로움’을 찬양한다. 끊임없이 변화해야 살아남는 시대라 말하고, 늘 더 나은 무언가를 쫓아야만 의미 있는 삶이라 여긴다. 하지만 나는 그 반대편에서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매번 새로움처럼 해내는 사람들에게서 더 큰 영감을 받는다. 그들은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 리듬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어떤 평온과 위로가 되어준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오래오래 빛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한 가지 일을 오래도록 하며, 그 속에서 여전히 따뜻한 에너지를 나눌 수 있는 사람. 그 길의 끝에 어떤 거창한 성공이 없어도, 내가 사랑한 일을 지키며, 누군가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남기는 삶. 그게 내가 지향하는 삶이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순간순간 흔들리는 바람에 내 마음을 식히고, 묵묵히 내 길을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