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를 건너 느끼는 마음
요즘 아침 출근길, 차 안에 MBC Mini 앱을 통해서 한국 라디오를 듣는다.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다. 라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언제나 따뜻하고, 어딘가 익숙하다. 하지만 이곳은 캐나다의 이른 아침, 그리고 그곳은 한국의 깊은 밤이다. 듣다보면 실실 웃음이 난다. '그렇구나' 하면서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 생각도 하면서 미소도 짓는다.
특히 금요일 아침이면, 나는 한국의 금요일 밤의 이야기를 듣는다. 누군가는 한 주를 마무리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연을 보내고, 또 누군가는 하루의 끝에서 외로움을 달래며 목소리를 남긴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출근길의 붉은 신호등 앞에서 잠시 멈춘다. 그리고 생각한다. “지금 저 사람들은 별빛 아래서 어떤 얼굴로 하루를 마치고 있을까.”
외국에 살아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나라는 사람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을 떠나온 지 오래지만, 그곳의 계절과 온도, 공기의 냄새는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낯선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내가 어디서 왔는지를 잊을 때도 있지만, 이런 라디오의 목소리가 다시 나를 제자리로 데려다 준다.
라디오 DJ가 전해주는 사연 속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가 담겨 있다. 퇴근길에 듣는 노래, 아이를 재우고 난 뒤의 고요, 친구와의 짧은 통화 같은 일상의 조각들.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 나 역시 내 삶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된다. 내가 선택한 길, 지금의 자리, 그리고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는 그리움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닿는다는 걸, 나는 매일 아침 깨닫는다. 아무리 외국에서 오래 살고, 이곳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해졌다고 해도, 마음이 통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낮과 밤이 바뀌고, 계절이 달라져도, 어떤 감정은 시차를 넘어 이어진다. 한국의 밤이 깊어갈수록, 이곳의 아침은 밝아오고,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두 세계의 시간을 함께 살아간다.
낮과 밤, 밤과 낮이 교차하는 그 순간에, 나는 비로소 내 안의 고향과 지금의 나를 동시에 느낀다.
그리고 그때마다, 마음 한켠이 따뜻하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