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는 것.
2-0
1-0
5-0
3-0
4-0
6-2…
주말마다 딸이 속한 축구팀의 경기 점수판이다. 첫 번째 숫자가 우리쪽 점수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모두 두번째 숫자다.
아무리 동네 아이들의 축구라지만, 연속되는 패배 속에서 누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아이들은 점점 의기소침해졌고, 부모들조차 서로 눈치만 보며 아이들을 데려오고 데리고 가는 일이 반복되었다. 어떤 부모는 “우리 팀이 이기는 날은 파티를 벌여야 한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번 주말도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마음에 스며들었다.
혹시 실망하지는 않을까 걱정되서, 조심스럽게 딸에게 물었다.
“하나야, 계속 지고 있는데 괜찮아? 그래도 축구를 계속 하고 싶어? 아니면 다른 클럽으로 바꿔볼까?”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딸이 대답했다.
“엄마, 이겨도 우리 팀과 같이 이길 거아. 지금 우리 팀에서 필요한 포지션에서 뛰어야겠어. 그게 더 의미 있을 것 같아.”
그 순간, 물어본 내가 멋쩍으면서도 감동을 느꼈다. 자원해서 골키퍼가 되기로 한 딸은 경기 내내 공을 주시하며 골대를 지켰고, 그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고 멋있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딸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오늘 게임도 졌다.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속으로 '그래 이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배 속에서도 그 상황을 피하지 않고,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자세. 그리고 다음 경기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마음. 혼자가 아니라 팀과 함께 이기려는 태도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꼈다.
우리 삶에서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의 여러 도전 속에서, 누구도 즐겁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패배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필요한 자리를 찾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우리 딸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