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전해지기를 바라며
**음악영상 첨부 (가사포함): 너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이효리-**
연말이 되면 한 해 동안 고마움을 느낀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며 카드를 쓴다. 말로는 자주 하지 못했던 마음을, 이때만큼은 글로라도 전하고 싶어서다. 이름을 하나씩 적다 보면 그 사람과 나눈 대화, 함께 웃었던 순간, 조용히 힘이 되어주었던 장면들이 따라온다. 그 분들 덕분에, 그 기억들 덕분에 한 해가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연말이 아니라 평소에도 고마움을 전하고, 안부를 물었으면 좋았을걸.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말들인데, ‘바쁘다’는 이유로,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라는 마음으로 미뤄두고 살아가는 건 아닌가.'
꼭 연말이 되어야 마음을 꺼내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살짝 부끄럽고 미안해진다.
일일이 카드에 적어 우편으로 보내지는 못하지만, 한 해 동안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분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누가 있을까. 몇명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1. 먼저, 1년 전에 브런치에 쓴 글 ‘Fly Low’(저공비행)을 읽으시고, 한국 지하철 승강장에 사랑의 편지 포스터로 올리고 싶다는 제안을 해주신 류완님께 감사드립니다.
그 제안을 받았을 때, 단순히 글을 읽어주신 것을 넘어, 제 글을 삶 속에서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참 놀랍고 따뜻했습니다. 류완님 덕분에 제 글이 글로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었고, 누군가의 하루를 살짝 밝게 만드는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마추어, 초보 글쓰는 사람이지만, 글을 쓰는 제 마음도 한층 힘을 얻고 한 해를 더욱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2. 다니는 요가원에서 만난 미정 언니, 정말 감사합니다.
집에서 차로 각자 5분 거리에 살면서도, 서로의 삶이 교차해서 만나기까지 몇 년이 걸렸습니다. 우연히 같은 요가 수업에서 마주쳤지만, 그 만남이 제게는 특별합니다. “같이 산책할래?”, “잠깐 오셔서 차 한잔 하실래요?” 캐나다에 와서 처음으로 느낀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담긴 만남이었습니다.
매번 만남과 대화를 거듭할수록, 왜 우리가 이제야 만났을까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통하는 것도 많고, 공감할 수 있는 것도 많은 언니 덕분에, 제 마음을 솔직하게 나누고 편하게 기대어도 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큰 위로를 받습니다. 사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삶을 대하는 언니의 태도와 따뜻함이 저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나보다 10살 많은 언니를 보면서, 나의 10년도 언니처럼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얻습니다. 언니와 함께하는 시간과 대화가 저에게는 단순한 친구 이상의 의미가 되었고, 언제나 마음 깊이 감사한 존재입니다.
3. 올해는 새로운 만남들이 참 많았는데, 특히 딸 봄 캠프에서 우연히 만난 로렌 엄마, 정민과 리엘 엄마, 수일 언니와의 인연에 감사합니다. (참고로, 자식을 둔 엄마들은 본인의 이름보다 아이의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캠프 기간 동안 나누었던 대화들, 함께 아이들을 지켜보며 웃었던 순간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조언을 나누었던 시간들이 하나하나 마음에 남습니다.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11살 외동딸을 키우는 비슷한 세대의 엄마들이라 금세 자연스러운 공감대가 형성되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 덕분에 시작된 만남이었지만, 그 만남을 통해 서로의 삶과 마음을 조금씩 나눌 수 있었던 것, 그것이 참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4. 내가 쓴 글을 읽어주시고, 관심과 마음으로 반응을 해주시는 모든 브런치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욱이 시간을 내어 제 글에 댓글을 달아 주시고, 공감과 격려를 전해주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머물 수 있었던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저에게 큰 힘이 되었고, 글을 쓰는 기쁨을 더 깊게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때로는 응원의 댓글 하나가 힘든 순간에 큰 위로가 되었고, 이렇게 글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연결할 수 있었던 경험은, 제게 한 해를 돌아보며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소중한 선물이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안부를 일일이 묻지 못했지만,
멀리서나마 안부를 물어주며, 내 일상의 작은 기쁨과 순간들을 함께 기뻐해 주신 분들,
힘든 순간마다 따뜻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고, 어깨를 다독여 주신 분들,
때로는 말없이 지켜봐 주시며, 그저 존재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어 주신 분들,
함께 웃고 울었던 순간들을 기억하며, 마음을 나누어 주신 분들까지.
이 모든 분들의 마음과 배려 덕분에, 올 한 해를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혼자가 아닌 삶,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고,
그 덕분에 한 해가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풍성하게 느껴졌습니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했지만, 마음 깊이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가오는 2026년, 모든 분들께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새해에도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의 일상을 응원하며, 기쁨과 평안이 가득한 한 해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내년에는 어떤 일들이 나를 설레게 하고, 때로는 나를 뛰게 만들까.
계획한 일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라지만, 설령 그 중 하나만 이루어진다 해도 그 과정 속에서 얻는 경험과 배움에서 고개가 끄덕여 지기를 바란다.
또 어떤 사람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갈까도 궁금하다.
오래 알고 지낸 관계 안에서도 좋고, 새로운 인연이어도 좋다.
예전에 브런치에 썼듯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공원에 있는 벤치같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는 ‘나’라는 벤치에 잠시 앉아 쉬어 가기도 하고, 어떤 이는 오래도록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나 역시 인생의 길목에서 만난 벤치에 잠시 앉아, 쉬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마음을 나누며 지나간다.
그 벤치 위에서 나누는 만남과 대화, 위로와 공감이 모여 결국 내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효리의 '너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라는 가사처럼,
새해에는 행복하고, 행복한 기억들로 가득차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