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야..시간이 지나도..

내가 한 경험과 성찰이 나의 답이다.

by 타인head

시간이 지나면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어릴 때는 알지 못했고, 아직 겪어보지 않았을 때는 이해할 수 없던 질문들이다. 사회에 나와 일을 하며 현실을 배우고, 결혼을 통해 관계의 무게를 체감하며, 자식을 낳고 키우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책임과 사랑을 알게 됐다. 삶은 각 시기마다 다른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나 역시 그런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누군가 분명하게 말해주면 좋겠는데, 돌아오는 답은 늘 비슷했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야.”


이 말에는 '시간이 지나서, 너도 경험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 깔려 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하는 말이기도 하다. 질문이 많아 혼이 날 정도로 자주 물어보던 나 역시, 결국 ‘시간 자체가 답이 되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처음 이민을 왔을 때, 오래 그 사회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해주셨던 조언이,

“조금 더 살아보면 알게 돼.” 였다.

결혼을 하고 나서 결혼 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오래 살아보면 알아.”


하지만 이민과 결혼생활이 많이 지난 지금 그 조언들을 돌아보면, 항상 옳았던 것은 아니다. 분명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되는 것들이 많지만,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모든 질문이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았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시간이 지나면 안다’는 말에는 스스로 경험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경험에서 나온 답이 반드시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이 되지는 않았다. 비슷한 선택을 했다 하더라도, 사람마다의 상황도 다르고, 살아온 배경과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 것일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는 말은, 경험을 통해 스스로 깨닫게 된다는 의미에서는 분명 맞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결코 알 수 없는 삶이 존재한다. 이 점에서 시간과 경험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내가 경험을 해봤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도 나와 같은 경험을, 혹은 같은 결과를 낼거라는 조언은 맞지 않다. 나의 경험은 어디까지나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또하나는 단순히 시간의 흐름만으로 나에게 깨달음을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모두가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자리를 오래 맴도는 사람도 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도 있다. 깨달음은 기다림의 결과라기보다, 의식적인 선택의 결과에 가깝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자신의 선택을 돌아보고, 고민하고 반성하며 성찰할 때 비로소 삶은 의미를 드러낸다.


우리가 흔히 “시간이 지나 깨달았다”고 말하는 순간들 역시, 사실은 그 시간 동안 얼마나 진지하게 자신을 들여다보았는지의 결과일 것이다.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과 시간을 살아내는 것은 다르다.


조언,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커리어 어드바이스를 직업으로 삼고 있지만, 이 마음만큼은 같다. 내가 한 경험으로, 나의 생각을,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대로 상대에게 적용해 조언하지 않으려 애쓴다. 대신, 질문하는 사람이 스스로에게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나누고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려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질문을 자주 던진다. 조언을 구하러 온 사람이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받는 셈이다. 스스로 생각해볼 질문을 남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조언일지도 모른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 경험은 이랬어.” 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너도 이럴거야.”라고 결코 단정할 수는 없다.


“지금 상황은 이렇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선택을 해왔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너도 비슷한 선택을 하는게 맞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시간은 분명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시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삶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은 지나간 세월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세월 속에서 얼마나 고민했고, 얼마나 반성했고, 얼마나 깊이 성찰했는가이다. 경험 위에 성찰이 쌓일 때, 우리는 비로소 무언가를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타인에게 강요할 수 없는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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