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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타인 Head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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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인head Oct 10. 2024

사람의 관계는 공원에 있는 벤치와 닮았다

내 벤치에는 지금 누가 앉아 있을까?


사람의 관계는 공원에 있는 벤치와 닮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공원을 걷다 보면 이곳저곳에 자리한 벤치에 사람들이 앉았다 가는 것을 보게 된다. 어떤 사람은 혼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어떤 이는 친구와 함께 웃으며 대화를 나눈다. 또, 잠시 앉았다가 금방 떠나는 사람도 있고, 멈춰 서서 풍경을 감상한 후 떠나는 사람도 있다.


나이가 40을 넘고,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의 여러 도시들에서 살면서 참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 길고 짧은 관계를 맺어왔다. 내가 맺었던 관계들을 돌아보면, 마치 공원의 벤치에 잠시 앉았다 떠나는 사람들처럼 '나'라는 벤치에도 여러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어떤 사람들은 좋은 감정을 안고 떠나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무슨 이유에서든 불만을 품고 떠나기도 했다. 또,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다시 만난 사람도 있었고, 항상 나를 찾아와주는 고마운 사람들도 있었다. 또 아직도 안가고 앉아있는 사람도 있다.


이 모든 모습들은 우리가 인생에서 맺는 다양한 관계와 참 닮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지금도 공원을 걸으며 벤치를 볼 때마다 자연스레 그동안 나와의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묻는다. "내 벤치에는 지금 누가 앉아 있을까? 혹시 아무도 없는 건 아닐까? 오래 앉았던 사람은 누구였지? 그리고 화를 내고 떠났던 사람은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


'나'라는 벤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가능하다면 내 벤치에 앉은 사람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들이 잠시라도 내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마음의 안식을 느끼고 떠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의 이 바람은 앉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질 테니, 나는 그저 욕심을 내려놓고 묵묵히 언제든 찾아올 누군가를 위해 내 벤치를 잘 정돈하며 살련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깊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점점 깨닫고 있다. 내가 가는 공원마다 새로운 벤치들은 언제나 나타나고, 길 다가 그곳에 앉아 편히 쉬었으면 그걸로 감사하다. 그러니 지금 내 앞에 벤치가 없다고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또 내 벤치에 지금 아무도 안 앉아있다고 외로워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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