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엄마의 아침

엄마라는 역할과 설득의 어려움

by 타인head
5015885169286051.jpg

(그림 출처: 일러스트레이션 김윤재)


저번주 딸이 감기에 걸렸다. 열은 몇일이 지나 가라앉았는데, 기침을 주말 내내 했다. 월요일 아침에 기침을 콜록거리면서도 반팔 차림으로 옷을 입고 나와 학교에 가겠다는 딸을 보며, 내 안에서 불쑥 화가 올라왔다. 덥고 답답하다며 투덜대는 딸의 목에 억지로 목도리를 걸어주며, 왜 기침이 나는지, 이런 날씨에 목을 열고 다니면 기침이 쉽게 멈추지 않는다는 잔소리를 한가득 쏟아냈다. 그렇게 딸을 학교로 보내고 문을 닫는 순간,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화가 난 이유가 단순히 옷차림 때문만은 아니었다. 콜록거리면서도 스스로를 돌보려는 방법을 찾기보다, 그저 “괜찮다”며 그냥 버텨보려는 (let it suffer) 같은 모습이 내 마음을 언짢게 만들었던 것이다.


엄마가 되는 일은 분명 수많은 행복을 안겨준다. 아이의 웃음과 성장, 하루하루 쌓이는 작고 소중한 순간들은 삶을 단단하고 충만하게 만든다. 하지만 동시에 엄마가 된다는 것은, 인생이 더 이상 온전히 나의 선택과 책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내 결정 하나, 내 말 한마디가 또 다른 사람의 하루와 몸과 마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딸과 함께 11살 엄마인 내가 아직도 가장 힘들어하는 일은 ‘설득’이다. 아이를 위해 필요하다고 믿는 것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납득시키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나는 원래 남을 의도적으로 설득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각자의 선택과 판단을 존중하며 지켜보는 편이다. 학생들을 가르칠때도 그렇고, 상담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엄마가 되고 나서는, 딸의 선택과 판단을 온전히 존중하기에는 안전과 보호를 위해 걸리는 것들이 너무 많다. 때로는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기다리기보다, 지금 당장은 불편하고 싫더라도 개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 과정에서 화를 내고, 이내 후회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언젠가 딸이 잘 성장해서 설득이 필요 없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같은 말을 반복하고 또 설득한다.


오늘 아침도 우당탕탕 바쁜 시간을 보내고 일을 시작하며 문득 생각했다. 사랑은 언제나 부드럽지만은 않으며, 책임은 늘 조용하지도 않다는 것을.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을 가슴 깊은 곳에 넣어두고 오늘도 여전히 서툰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멋'이 있는 사람들의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