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미안해.

이 두마디

by 타인head

며칠 전, 남편과 18년 전 혼인신고(Marriage in Law)를 했던 날이 조용히 지나갔다. 처음 만난 지는 어느새 20년이 넘었다. 이제는 이런 날짜들도 구글 캘린더의 알림이 있어야 기억했다가 저녁에 잠깐 이야기라도 나누지, 그렇지 않으면 여느 날처럼 흘러가 버린다. 결혼기념일도 10년 차까지는 매년 챙겼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기억만 하고 지나간 해도 몇 번 있었다.


그날 저녁, 외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앞자리에 나란히 앉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뒷자리에서 딸이 불쑥 말했다.


“엄마 아빠는 럭키한 케이스네.”


순간 우리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내가 말했다.


“맞아, 운이 좋았지.”


20년이라는 시간을 지내오며 큰 고비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돌아보면, 거창한 비결보다는 아주 사소한 말들에 있는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고마워’와 ‘미안해’를 자주 말한다. 사실 이 말은 남편이 더 자주 한다. 내가 음식을 만들면 고맙다고 말하고, 내가 운전해서 외식을 나가도 “운전해줘서 고마워”라고 자연스럽게 말한다. 그렇게 오래 듣고 말하며 살다 보니, 나 역시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 바로 말하게 되었다.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고마운 일이 있으면 서슴없이 표현한다.


고마움만큼이나 우리가 아끼지 않는 말은 ‘미안해’다. 항상 의견이 같을 수는 없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도 아니지만, 둘 중 한명이 실수했거나 놓친 부분이 있다면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이야기한다.


인생을 함께 하겠노라고 서명을 하고 손을 잡고 혼인신고를 한 지도 18년이 지났다. 신혼 때처럼 서로를 보면 가슴이 설레고 사랑한다고 밤낮없이 말하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우리가 여전히 잘하고 있다고 느끼는 건, 고마움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잘못했을 때는 미루지 않고 바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일이다.


딸이 한 말처럼, 우리가 ‘럭키한 케이스’일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작은 말들을 서로에게 아끼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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