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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타인 Head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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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인head Oct 11. 2024

Riffle in a Pond

연못에 이는 작은 물결

대학에서 8년 동안 500명이 넘는 학생들을 만나면서 모든 학생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일일이 안부를 묻지는 못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항상 '지금 있는 자리에서 행복하길' 바라고 기도한다.


최근에는 다른 경로를 통해 내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소식을 듣는 일이 몇 번 생겼는데, 그때마다 기분이 참 묘하다.


한 번은 수업의 마지막 날에 학생들에게 '잘 마쳤다.'는 선물로, 잘 치지는 못하지만 기타를 가져와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그중 한 노래가 Eagles의 Desperado였다. 가사가 수업을 마치고 사회로 나가는 학생들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불러주곤 했는데,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사들도 있다.


"Your prison is walking through this world all alone."


Desperado, why don't you come to your senses? 
Come down from your fences, open the gate
It may be rainin', but there's a rainbow above you
You better let somebody love you


6년 전에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이 어느 날 출근길에 라디오를 켰는데, 그 노래가 흘러나왔단다. "이 노래를 어디서 들었더라?" 하고 생각하다가 내 수업에서 들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내 소셜 미디어에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좋고, 자신의 커리어가 내 수업에서 시작되었다며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그 메시지를 받았을 때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


또 한 번은 다른 강사의 수업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는데, 학생들의 토론 글을 읽다가 한 학생이 내가 진행했던 수업을 언급하며 그때의 배움이 지금 자신이 사회에서 하는 일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회고를 남긴 것을 보았다. 그 글을 읽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가끔 내가 했던 말이나 행동이 학생들에게 또는 누군가에게 어떻게 전달되었을지,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생각해 본다. 만났던 학생들의 수가 많아지고 시간이 흐르니, 그 영향이 이렇게 번져서 나에게까지 다시 돌아오는구나 싶어 마음이 더 숙연해진다.


리플 이펙트처럼, 지식이든 음식이든, 그게 무엇이 되었든 내가 가진 작은 것을 마음과 함께 나누다 보니, 돌고 돌아 나에게도 느껴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가 여기서 쓰는 글들도 같은 마음에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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