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준형 Jul 22. 2019

디자인 컨퍼런스에 대한 짧은 생각

두번째 SPECTRUM CON을 다녀와서.

3년 전, 첫 '밋업'이라는 것을 다녀왔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Framer (당시엔 Classic 버전)를 실무에서 활용하는 디자이너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카카오의 안지용 님, 장준혁 님과 네이버의 이준원 님의 발표를 들으면서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모습에 적잖이 반했었다. 너무 멋진 사람들이 아닌가! 그 날부터 '나의 다음 회사는 카카오'라고 마음속에 이미 정해두었더랬다.

2016년 처음으로 참석한 Framer 밋업. (나도 코드를 잘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찼던 시절)
연사로 참여한 준혁님이 지금 옆자리에 앉아계시다. (그러나..)


그 뒤로 컨퍼런스, 밋업 등 내 레이더에 걸리는 디자인 관련 모임은 사비를 털어서라도 대부분 기를 쓰고 참여했다. 그런 멋진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었다. 참여 링크가 열리기 1분 전의 두근거림이란! (아이돌 콘서트를 예매하는 팬들의 마음이 이런 걸까?) 대부분 나는 혼자 자리에 앉아 조용히 듣다 돌아갈 뿐이었지만 그 뻘쭘함을 지식에 대한 갈망이 극복하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이상으로 컨퍼런스를 마치겠습니다. 짝짝짝

대부분 이런 말들로 컨퍼런스(밋업)는 끝이 난다.

그 날 들은 것을 곱씹으며 돌아가는 그 길은, 늘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돌이켜 보게 된다.

그래서 좋았다. 내일 해야 할 일들의 목록에 해보지 않았던 일들이 추가되는 것이 나를 즐겁게 했다.


3년째의 SPECTRUM CON이 끝난 오늘.

자기반성과 함께 돌아오는 길에 나름 '프로 밋업 러'의 시선으로 오늘 참석한 디자인 컨퍼런스를 돌아본다.


*글 시작에 앞서. 나는 디자인 스펙트럼의 김지홍 님 팬이다. 위워크 근처에 볼 일이 있어 방문했다가 우연히 발견하여 그 길로 달려가 아는 체를 했더랬다. (싸인받아놓을걸!) 그의 생각과 가는 길을 응원한다. 아래의 글은 더 나은 디자인 컨퍼런스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열성팬의 피드백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행사 내용에 대한 상세한 리뷰는 다른 분들께서 더 잘해주실 테니 각설하고 피드백만 정리하면,


1. 과정에 대한 공유가 이뤄지는 컨퍼런스였으면 좋겠다.

나는 개발자들의 밋업도 가끔 간다. 그들의 발표를 들어보면 그들은 결과보다 과정의 공유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과정을 중시하는 자세는 심지어 삽질기로 대표되는 실패담에 대한 공유+자기반성까지 이어진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클리셰까지 동원하지 않더라도, 발표자료에 담긴 작업물들은 엄청난 고민과 토론 끝에 탄생한 것들임을 짐작할 수 있다. 연사들도 2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그 고민을 보여주긴 어렵지 않았을까? 세션을 나누더라도 연사마다 Q&A 세션까지 할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을 주었다면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다음 컨퍼런스에서는 디자인 작업 프로세스에서의 고민을 공유하고 해결방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는 프랙티컴 같은 세션이 있길 기대해본다.


2. 조금은 신선하지 못한 주제

1000명 가까운 청중 각각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려웠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발표주제들이 그다지 새롭지 않았다. 구체적인 세션 이름을 대는 것은 예의가 아닌지라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면, 어떤 발표들은 너무 일반적인 내용이고 이미 다른 곳에서 공유된 내용이라 조금만 디자인 관련 소식에 귀 기울였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던 이야기들이다. 사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잘 감 잡기 어려웠던 세션도 있었다. 2020 스펙트럼콘은 연사를 공개 모집해보면 어떨까? 말 그대로 디자인 스펙트럼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3. 빠진 조각. 디자인(사용자) 리서치.

작년부터 구상만 하고 있고 게으른 탓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 디자인 리서치 밋업이다. (함께 만들어보고 싶은 분은 연락 주시라!) 우리는 UX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사용자를 어떻게 알아가고 있는지, 거기서 얻은 결과를 어떻게 디자인으로 다시 치환하는지는 각자의 노하우에 기대고 있다. UX 디자이너들이 주축인 디자인 스펙트럼에서도 '디자인 결과물'이 아닌 직접적으로 '사용자'를 다룬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나의 상사에게 또는 편견으로부터 나의 디자인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디자인 리서치를 수행하는 것이다. 디자인 프로세스 중 스펙트럼콘에서 빠진 조각. 디자인 리서치 세션을 다음 컨퍼런스에서는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들 어떻게 하고 있는지 넘나 궁금)




마치며.

언제나 디자인 관련 컨퍼런스와 밋업을 다녀오면 나도 저런 멋진 작업을 할 거라는 의욕을 불태우며 돌아온다. 하지만 어쩌면 뻔한, 반복되는 내용처럼 느껴지는 이번의 스펙트럼콘은 의욕보다는 아쉬움이 큰 시간이었다고 총평한다.


쓰고 나니 내까짓게 뭐라고(...) 이런 글을 썼는지 발행하기 두렵지만. 위에 썼듯 열혈팬의 피드백이라고, 다음 컨퍼런스 기획할 때 흘끗 떠올릴 수 있는 내용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써 올린다.



P.S 디자인 리서치 밋업 연사 하실 분 댓글 좀..




작가의 이전글 디자인 리서치에 대한 짧은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