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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형 Dec 28. 2022

인터넷으로 UX디자인 강의를 들을 필요없는 이유

그래도 한 번까지는.....괜찮나..? 괜찮지 않을까??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이야" 만큼 진리처럼 여겨지는 것이 팀바팀, 사바사다. 

기획/UX/디자인 분야로 한정하면 그만큼 제품 개발 환경은 어떤 팀에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하냐에 따라 꽤 달라진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꽤 경력을 쌓았다고 자부하는 디자이너들도 때때로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 '이론적 배경'을 돌파구로 삼아 대학원 진학이나 비싼 인터넷 강의 수강을 고민한다고 들었다. 


어차피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내 ad_id는 이미 UX와 디자인 관련 키워드로 도배되어 있고 내 쿠키를 먹은 사이트들은 관련 광고들을 쉴새 없이 보여준다. 특히 연말특수를 노린 패스트캠퍼스, 스파르타코딩클럽(사장님 목소리 진짜 쩌렁쩌렁)같은 콘텐츠 플랫폼 광고는 눈을 감아도 강사 얼굴과 강의 제목이 떠오를 정도로 머릿속에 깊숙히 각인 되어 있다. '실무에서 바로쓰는 UX/UI 스킬' 같은 카피와 함께. 


흥미가 생겨 샘플 강의를 들어본다. 몇 개 더 들어본다. 그리고 나서 드는 생각. 

여기 실무는 어디갔지?


어디선가 들어보았던 법칙 몇개를 예시로 들어주며 이것이 사용성이고 UX라고 선언한다던가, 제품의 실패가 나쁜 UX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완전하게 단순화 시켜버리던가.. 실무자 입장에서 보면 복장터지는? 이야기들이 좀 많더라. 


예시로 들었던 법칙 몇개도 얄팍하다. 

UX의 근간을 이루었던 HCI 학문 자체가 탄탄하고 독립적인 학문적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조금씩 품앗이 해 온 지식들을 사용자 경험과 강제로 연결시킨 느낌 - 애초에 사용자 경험 자체가 너무 커다란 개념이라 인간과 관련된 뭘 가져다 붙여도 말이 된다. 오죽하면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알아야할 100가지 인간에 대한 사실'이란 책이 나왔겠는가 ㅂㄷㅂㄷ 




나도 강의로 돈 벌고 싶은데 이미 '신 포도'가 되어버린 교육시장에 대한 시샘으로 열폭하는건 아니고(아닌가?????) UX라는 키워드를 접하고 흥미가 생긴 학생들이 전반적인 내용을 훑어보기 위해서라면 모를까. 본인이 중급 디자이너 이상이고 3-4개 이상의 UX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이런 인터넷 강의 만으로는 성장하는데 한계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UX디자인의 백미는 '공감'을 이끌어 내는데 있기 때문이다. 


PO는 훌륭한 가설을 세우고 회사 리소스를 따내는 것이 미덕이고, PM은 일정과 일감 사이를 톱니바퀴처럼 맞춰내는 것이 능력이며, 개발자는 버그없는 코드를 생산해 내는 것이 경지라면, 디자이너는 프로덕트를 둘러 싸고 있는 수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알파요. 오메가다. 


그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우리는 먼저 사용자와 공감해야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용자를 졸졸 따라다니며 Contextual Inquiry를 하고, 순서도를 그려대며 과업 분석을 하고, 저니맵을 그리고 아티팩트들을 모델링 하고 눈을 맞추며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 여기까지는 인강에 나오는 내용


그런데 막상 실무로 들어가면 지라에 티켓이 몇개 남았는지, 젠킨스 파이프라인에 빨간불이 들어왔는지, DAU가 늘었는지/줄었는지는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지만 아무도 퍼소나와 저니맵이 최신화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여러분의 회사는 그렇지 않으리라 믿음.) - 여기는 인강에 안나오는 내용


결국 '공감'이 부족해서 그렇다. 

디자이너가 PM / 개발자 / PO를 사용자에게 공감시키지 못한 결과가 그렇게 나타난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이해관계자의 코멘트에 이리저리 꺾이고, 흔들린다. 내가 배우던 곳과 커뮤니티에서는 UX와 디자인이 '최고 존엄'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유저 저니맵을 있어보이게 그리는 방법이나 현학적인 내용으로 뒤죽박죽 되어버린 UX란 무엇인가? 같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품을 만들면서 만나는 수없이 많은 의사결정 포인트에 질적/양적 데이터를 적절히 활용하여 진짜 우리 제품의 사용자를 최대한 반영하는 방법이다. 

(디자이너가 리서치 없이 말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말고)


하지만 진리의 팀바팀 사바사의 원칙 아래, 그건 인터넷 강의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연애를 인강으로 배우는 느낌. 

그것보다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경험이 훨씬 본인을 성장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래서 (UX디자인 한정으로) 인강은 듣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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