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팔렸는데?
책이 세상에 나오고 첫 정산서를 받았다. 펼쳐보는 순간 마치 학창 시절 성적표를 받아들었을 때처럼 복잡한 감정들이 확 밀려왔다. 머리로는 분명 감사해야 하는 일임을 알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은 선뜻 따라주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무겁고 내 안에서는 1쇄니 2쇄니 하는 숫자들과 은연중에 씨름하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왠지 출판사의 입장은 어떨까? 라는 생각까지 올라오면서 저자로서 당당함보다는 우물쭈물해지는 마음이 뒤따라왔다.
이런 솔직한 감정을 꺼내놓는 게 어쩌면 구차해보이고 욕심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 감정은 단순히 희망했던 것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해서 오는 실망감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이 책을 쓰면서 품었던 기대, 독자들과 진짜 깊이 만나고 싶었던 열정, 그리고 내 이야기가 누군가의 삶에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랐던 간절함이 지금 이 숫자 앞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았다.
이 마음의 무게는 나한테 무엇을 알려주려는 걸까?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결과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내 글이 단 한 권이라도 누군가의 손에 닿아서 작은 공감과 위로를 주었다면 벅찬데 말이다.
그렇게 닫았던 폴더를 열어 다시 정산서를 뚫어져라 보았다. 그제서야 금액이 아니라 판매부수가 확대되어 들어왔다.
아..이 정도 숫자는 아닌데..
주변분들이 구매해주셨다고 해도 그것을 충분히 뛰어넘는 부수였다. 그때부터는 어떤 분들이 나의 책을 구매해 주셨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바뀌었다. 낯선 이들에게도 내 글이 닿았다는 사실에 묘한 설렘이 피어난다. 이름 모를 누군가의 책장 한 칸을 차지하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연결되어있음을 느낄 것이이 말이다. 그들의 마음속에 작은 울림을 주었다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속 무거움은 한결 걷혀지는 듯 하다.
구매하신 분들 만나고 싶어요! 라고 하며 한분 한분 알고싶고 보고싶고 열고 싶은 마음까지 올라온다. 그만큼 영향력이라는 귀한 가치는 내가 피부로 다 느끼지 못하더라도 바람처럼 깃들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베스트셀러 작가분들도 한명한명 후기까지 찾아볼정도로 궁금하다고 한다. 나라고 별수 있으랴? 출간 직후는 몇번씩 검색해봐도 질리지 않는 일이 되어가더라,
정산서 오기전까지도 책이 나가긴 한걸까? 얼마나 나갔을까? 그래, 나가든 안나가든 차라리 모르는게 나을거야..라며 약간 무시하듯 무심하게 지냈으니 말이다.
이번 '성적표'는 그냥 단순한 점수 매김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앞으로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하는 소중한 이정표로 그려지기 시작한다. 숫자 뒤에 숨겨진 진짜 의미를 찾아가며 이순간에도 글을 붙잡고 있는 나의 모습이 보인다. 무거운 마음에 글을 못쓰는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산서 한 장이 나에게 10줄 그 이상의 가치와 생각의 반증까지 가져다 주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 복잡한 감정마저 내 성장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면서 지금 이 솔직한 마음을 기록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혹시나 삶의 여러 '성적표' 앞에서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누군가에게 내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래서 다음글도 빠르지 않지만 느리지도 않게 고민의 화두를 던져 볼것이다.
나아가서 여전히 강의로든 영상으로든 제안서로든 셀프콤마를 알릴 것이다.
지금의 글도 그렇게 서서히 젖어들 수 있다면 좋겠다.
출간을 위해 애쓰지만 투고내지는 실패의 반복으로 애쓰는 누군가가 있다면,
출간 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오늘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출간방법을 매일 찾아봐도 속시원하지 않은 누군가가 있다면,
출간 해야지! 라는 마음만 있고 행동까지는 엄두가 안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시간이 길고 짧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그만큼 자신을 만나 별 감흥없이 손이가고 마음이 쓰고 있다면 그거면 된거라고,
서서히 서서히 쌓여지는 글만큼 기다리는 누군가가 분명 있을거라고,
살포시 말해주고 싶다.
나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