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믿을 수 있는 나이

희망사항

by 민들레

“나를 믿을 수 있는 나이가 철드는 나이다.” 현재 102세로 생존하고 계시는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어느 대담에선가 한 말이다.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는가?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다. 믿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구석도 있다.


나 자신이 아직 철이 덜 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여전히 이런저런 흔들림이 많은 까닭이다. 최근엔 그나마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자평을 하지만 아직 나 자신이 성에 차지 않는다. 이유를 말하자면, 사물과 사람에 대해 판단과 분별의 잣대를 들이밀지 않고 존재 그 자체로,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나의 사견과 감정이 개입되곤 한다. 또한 감정의 부침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상처를 받지도, 주지도 않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철이 좀 더 들기를 바라는 내게 기대하는 점은 여러 가지다. 자신과 타인에 대해 객관적 관점 견지하기, 타인의 예쁜 점만 보기, 장점 발견하고 칭찬하기, 편협하지 않기, 어느 순간 작동하는 이기심 버리기, 평정심 유지하기 등등. 쉽지 않은 희망사항이다. 나를 스스로 과대평가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가 90이 되어서도 하루에 3시간 이상 연습을 하자 이웃사람이 이유를 물었더니, “ 요새 내가 실력이 좀 느는 것 같아”라고 했다고 한다. 거장의 음악에 대한 자세가 경탄스럽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나처럼 자질 부족한 사람이 인격의 성숙을 위해 끊임없이 갈고닦아야 함을 말해 무엇하랴. 그런 의미에서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 이상이다.”라고 한 헤르만 헤세의 전언은 나를 고무시킨다.



나의 부족함을 내가 잊지 않는다면, 세월의 어느 지점에서 나를 믿게 되는 날에 도달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물론 나 자신에 대해 살피고 관찰하고 숙고하기를 멈추지 않았을 때의 말이다. 젊어도 현명한 이가 있고 늙어도 어리석은 이가 있다. 사람의 품격은 숫자(나이)와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 나이만 먹고 철은 없다면 타인에게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다. 아직도 부끄러운 나는 새해도 됐으니, 올 해의 목표를 나에 대한 믿음을 한 단계 높이는 것으로 세워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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