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시선이 따뜻할 수 있기를

수난의 인형 개들

by 민들레


제법 큰 수컷 개 한 마리가 엎드려 있는데 가슴엔 암컷 개를, 발아래엔 아기 개를 짓누르고 있는 형태다. 미용실 의자 위의 인형 개들 모습이다. 손님 중에 누군가 세 마리의 개 가족을 이런 식으로 위치시켜 놓은 듯하다.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다. 분명 성인은 아닐 듯싶다. 아내와 아이를 둔 가장이라면 더더욱 이런 그림을 만들어 놓을 리 만무하다. 아마 결혼 안 한 젊은이이거나 또는 청소년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어른이고 애들이 할 것 없이 살아가는 일이 참 힘들다. 성인은 물론이지만, 발달적으로도 민감한 시기인 청소년들 또한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에 교우관계 진로문제 등등, 그런 아이들을 생각하면 안쓰럽기만 하다.

사회초년생들이나 청년들의 고충은 또 어떤가. 취업은 어렵고 수입은 쥐꼬리고 물가는 고공행진이고. 가족을 거느린 가장들의 고충 또한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닐 터이다.

한 가장이 있다. 40대 전후인 그는 도박 빚을 카드로 돌려막기 하다가 급기야 파산했다. 집을 나와 아내와도 연락을 두절한 채 절망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에게는 일곱 살, 다섯 살의 자녀가 있으며, 그의 아내는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들 네 가족이 감내해야 할 고통을 생각하면 안쓰러움으로 마음이 아프다.

며칠 전 조카 중 한 명이 9급 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35명을 뽑는 면접시험에 30명이 응시했음에도 그중 두 명이 탈락했다고 한다. 최근 청와대 9급 공무원 채용 논란과 함께, 10명도 아니고 20명도 아닌, 30명 가운데 탈락한 두 사람의 실망과 절망감이 어떨지 상상해봤다.

미용실 의자 위에 연출된 인형 개들 모습은, 이런저런 삶의 무게로 가슴이 답답한 누군가의 순간적인 화풀이였는지 모른다. 어른인지 애들인지는 모르나, 욕구불만과 분노의 감정을 이런 식으로 표출했을 수 있다. 하지만 밑에 깔린 두 마리의 개(특히 아기 개)는 또 무슨 죄란 말인가.


마음이 편안하면 사물을 대하는 시선도 편안하다. 생물은 물론 무생물을 대하는 시선도 우리 모두 따뜻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의 버거움도, 잔인한 삶의 생채기들도 정말이지 모두들 가벼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