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니까 괜찮아

by 미소미소


딸과 짧은 이별이다. 언제나 충실하다 못해 절박하도록 열심히 사는 딸이 코로나 전담간호사 신청을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도 야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더니 영국 간호사 준비를 한다며 또 주말에는 200킬로나 되는 서울에 있는 학원을 다니고 있다.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이 3개월을 달려왔다.

다니던 병원을 그만둔 지 하루 만에 다시 150킬로 떨어진 지방도시 생활치료센터의 간호사로 파견 근무를 간다.

"이젠 좀 쉴 수 있겠다!"라는 말을 들은 지 꼭 하루 만에 일어난 일,

딸도 나도 종일 멘붕상태로 지냈다.


듣기만 하던 코로나19 현장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생활치료센터에서 어떻게 일하느냐의 정보가 많지 않은지 딸은 걱정을 많이 하는 눈치다. 이미 결정된 일, 나는 대단한 용기라며 칭찬했고, 잘할 수 있으리라 응원했다.

짐을 챙기는 딸의 모습을 보니 약간은 들떠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걱정스러운 표정인 것도 같다.

왜 그렇지 않으랴, 미지의 세계로 뛰어든다는 건 늘 불안과 기대를 동반한다. 미지의 그곳에도 누군가 있으니, 누군가는 하는 일이니 자신도 할 수 있다는 딸의 말은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말이었다.


둘이서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 조금이라도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어 내 형편으로는 거금을 주고 많은 소고기를 사 왔다. 실컷 먹여서 보내고 싶었다. 둘이 마주 앉아 고기를 굽는데 또 딸이 굽는다. 딸은 늘 그렇다. 나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모든걸 해야 한다는 사명처럼 내가 한다고 해도 굳이 자기가 한다고 나선다.

'나가서는 그러지 마, 다 니 일이 되니까' 어려서부터 예의와 배려를 너무 가르쳐서 요즘 사회에서는 오히려 그런 행동에 자신의 것을 찾지 못할 것 같아 조언이라고 해 준다.

딸이 잘라놓은 고깃점에 양념을 찍어 입에 넣어주는 이 순간은 참 행복하다. 점심과 저녁의 중간, 이 밥을 먹고 나면 딸은 나와 잠시의 이별을 할 것이다. 딱 한 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우리 서로 에게는 아주 긴 시간이 될 것이다.


자기 몸체보다 더 큰 케리어를 끌고 딸이 계단을 내려간다. 내가 거든다니 그것도 안된단다. 나는 딸의 핸드백을 들고 엉거주춤 거드는 시늉을 하며 따라 내려간다.

들고 있는 가방만큼이나 내 마음은 무거웠지만 내색할 수 없었고 그 무게만큼 걱정되겠지만 딸은 내색하지 않는다. 나는 일부러 목소리 톤을 올려 '잘할 수 있을 거야 넌!'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이 부담이 될까 꾹 참는다. '힘들면 그냥 와도 돼!'라고 말하고 싶지만 약한 아이가 될까 봐 또 입을 막는다.


어디서든 잘할 아이다. 뒤지지 않고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할 아이다. 사실은 그게 더 걱정이다. 그건 백 퍼센트 믿기에 잘 못할까 봐 걱정은 없지만 힘들까 봐 걱정은 있다. 힘든 내색을 잘 안 하는 아이니 더 걱정이다. 그냥 엄지손가락으로 무언의 엄지 척을 해주면서 꼭 안아 등을 토닥여 주는 게 내 마음의 표현이었다. 입을 열면 울 것 같아서 말을 아꼈다. 운전석에 앉은 딸의 눈이 그렁그렁하다. 내 눈도 촉촉하게 젖어드는 것 같아 억지로 마른 감정을 불렀다.

"조심히 갔다 와. 잘 지내자 우리!"

우리는 서로 두 손바닥을 마주대고 마음을 주고받았다.


차가 출발하고 나는 딸의 차가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서있었다. 아마 딸도 백미러를 통해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딸은 혼자 있을 나를 걱정하겠지. 그리고 자기가 키우던 세 마리의 고양이와 한 마리의 강아지를 엄마가 잘 케어할 수 있을까? 걱정되겠지. 유난히 예뻐하고 정성껏 보살핀 아이들이니까.

'아프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면서 나서는 딸은 어쩌면 나보다 그 네 아이들이 더 보고 싶을지도 모른다.


딸을 보내고 딸이 힘들게 운전해 가는 시간에 가만히 누워있을 수 없어 집 청소를 시작했다.

딸이 떠났다고 금방 청소하기가 미안해 딸의 방은 다음으로 미루고 주방과 욕실과 거실을 청소했다. 유튜브로 말이 많은 프로를 선택해 들으면서 늦은 시간까지 발바닥이 아프도록 청소를 했다.


딸이 도착할 시간이 지나도 전화가 오지 않는다. 전화를 하고 싶어도 분명 핸드폰을 길 안내자로 사용할 것 같아 전화도 못하겠다. 그때였다. 우린 서로 마음이 통했다.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나 도착했어. 근데 여기 진짜 좋아 엄마!!"


안다, 진짜 좋다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그 마음을 알기에 그 목소리가 천사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다행이다 마음에 들어서."

딸은 나의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할까?


남들에게는 짧을 한 달, 지난 시간은 무척 짧았던 한 달이

이번에는 꽤 길게 느껴질 것 같다.


딸의 부재로 나는 한동안 웃음을 잃고 외로움과 함께 지내겠지.

딸만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간절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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