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씨앗을 심다
지난가을 연꽃밭에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연 씨앗 다섯 개를 채취해 왔다.
연꽃밭주인이 연자가 맛있다고 까서 먹어보라고 준 것을 주머니에 넣어 왔다.
어느 날 문득 옷을 정리하다가 주머니에 든 연자를 발견하고는 물속에 담가 두었다
물론 뾰족한 끝 부분을 톱아서 말이다.
싹을 틔우려고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급해졌는지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었다.
지루한 몇 날이 지나고 겨우 뾰족한 초록이 바늘처럼 돋아 나오더니 줄기가 목을 길게 뺀다.
새끼손톱만 한 이파리가 생기자 나는 연 씨앗을 묽은 흙 속에 심었다.
이제 뿌리도 내리라는 마음을 함께 묻었다.
뿌리가 내렸는지는 모르지만 하나의 연잎이 점점 몸피를 키울 즈음
또 하나의 연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한겨울에 내가 심은 씨앗에서 초록을 본다는 건 쾌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마치 내가 뭔가를 해 낸 것 같은 기쁨이며,
무언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니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어느 날 문득 가슴에 심는 꿈도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캄캄한 가슴에 점보다 작은 꿈을 심어,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싹이 나고, 줄기가 생기고, 이파리가 자라고
마침내 예쁜 꽃을 피울 거라 나는 믿는다
내가 올해 또는 이듬해 여름 저 연잎이 분명 연꽃을 피울 거라 믿듯이 말이다.
글을 쓰면서 나는
첫째는 각종 백일장을 시작으로 공모작에 당선되고, 시집을 내고,
신춘문예도전에 꿈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했다.
결국 나는 해냈다. 참 운 좋게도 글과 관계된 꿈은 이룬 셈이다.
여고시절 소설가를 꿈꾸며 시작했던 글쓰기가
수필가로, 시조시인으로 거듭나게 했다.
글은 내게 있어 에너지 충전의 근원지다
글을 쓰면 행복해진다.
잘 쓰기보다 즐겨 쓰는 걸 좋아하는 내 성격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생각이 나면 몰아서 글을 쓴다
쓰기 시작하면 쓰고 싶은 것들이 자꾸 생각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살을 찌우는 연잎은
꽃을 기다리며 한겨울 초록을 키우는 재미에 쏙 빠지게 한다.
꽃이 핀들, 또 안 핀들 어쩌랴
나는 지금
이 초록을 보고도 충분히 행복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