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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Oct 19. 2016

[M.M.C] 영화 '춘몽'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스포 포함)

Madam Mystery Cabinet 외전 4     


   춘몽

-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스포 포함)



  길을 가다가, 골목을 돌다가 혹은 상점 앞에 멈춰 서다가 그들을(익준, 정범, 종빈) 만난다면?

  일단은 인식조차 못할 것이다.(모르는 사람이니깐.)

  그들이 말이라도 건다면?

  주춤거릴 것 같다. 특히 익준.(건달 포스를 강하게 풍긴다.)

  그들 셋이 동시에 말을 건다면?

  주춤거리다 도망갈지도 모른다.

  그렇다. 영화 [춘몽]에는 이런 그들 셋이 함께 다닌다.

  

영화는 수색역 근처에서 고향 주막을 하는 예리를 중심으로 세 남자의 모습을 담았다. 어린 시절 중국에 살다 남한으로 와 전신불수(?)인 아버지를 돌보는 예리. 고아이자 동네 건달인 익준. 북한이 고향이며 현재 임금을 받지 못해 매일같이 사장을 만나러 다니는 정범. 간질을 앓고 있고 어딘지 어수룩해 보이는 예리가 세든 집과 주막의 건물주 종빈.

  


  등장인물 앞에 살짝 덧붙인 부연 설명만으로도 어쩐지 이야기를 다한 느낌이다. 세 남자는 예리를 좋아한다. 예리 역시 이들을 좋아한다. 이들의 모습은 혼자 있을 때 혹은 이들 네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어쩐지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특히 예리. 혼자 있는 그녀를 잡은 카메라 시선마저 차갑게 느껴진다. 그만큼 그녀가 뿜어내는 기운이 서늘하다.      


  네 사람이 건물 옥상에서 함께 술을 마시는 장면.

  술을 마시다 예리가 일어선다. 느리게 몸을 움직이는 그녀.

  그녀가 움직임에 따라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자 함께 있던 세 남자가 안 보인다.

  예리가 그들을 부른다. 그리고 자막이 떴다. ‘한예리’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 나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냈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대략 30분.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30분가량이 흘렀다.

  고개를 들자 화면 한가운데 타이틀이 떴다.

                   춘몽



  그때 알아챘어야 했다.

  영화가 끝날 때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야 알 것 같았다.

  일장춘몽(一場春夢) 혹은 호접지몽(胡蝶之夢)

  꿈은 흑백 화면까지였을까? 아니면 컬러로 바뀐 시점부터였을까?

  꿈을 꾼 것은 예리였을까? 아니면 세 남자들이었을까? 그도 아니라면 오토바이 남?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주인공들의 삶을 결코 무겁지만은 않게 담은 영화였다.

  예리의 이상한(?) 흐느적거리는 듯 한 춤사위를 한 번 따라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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