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P] 2편/ <판도라>

by 이야기술사

Madam Movie Poster No2.


판도라

2016년 12월 7일 개봉/ 드라마/ 감독 박정우/ 주연 김남길, 김영애, 문정희

‘지진 발생

원전 폭발

살아남아야 한다.’


라는 주요 문구보다 포스터 전면에 주인공으로 위치한 배경 사진이 더 실감 나게 다가온다.

멀리 폭발로 부서진 원자로가 보인다. 하늘을 뒤덮은 검은 연기, 솟구쳐 오른 돌덩어리, 무너진 발전소, 타오르는 불길.

전체적으로 주황과 노랑의 따뜻한 색감으로 감싸인 후면에 비해 전면은 흑백으로 처리했다.

사방에 널린 폭발의 잔재. 그 가운데 진화작업을 위한 소방 사다리와 헬기는 어쩐지 폐허 속에서 작은 위안도 되지 못한다.

면으로 배치된 원자로와 폭발의 흔적들 사이 선으로 위태롭게 서 있는 소방 사다리와 헬기에 매달린 물 포대.

폐허 한가운데 망연자실 서 있는 인물. 작업복을 입은 채 피를 흘리고 있다. 그의 힘없이 늘어진 어깨를 보는 순간 눈을 감고 싶었다.


‘무섭다고 눈 감고, 귀찮다고 귀 막고 싶어 진다.


하루하루 사는 것도 버겁다. 일상에도 지친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라고 외면하고 싶어 졌다.

흑백 폐허더미 아래 금이 가고 부서져 가는 제목이 떠 있다. ‘판도라’ 한글 아래 작게 쓰인 영문 ‘PANDORA’의 알파벳 ‘O’를 대신한 방사선 마크가 눈에 띈다.

붉은색으로 배치된 개봉 날짜 밑으로 익숙한 배우들의 이름이 보였다.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게 들었다. 영화 속 공간이 내가 살고 있는 곳이다. 저 넋이 나간 채 서 있는 인물 역시 그렇다. 영화 속 공간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엔 너무 현실에 근접해 있다. 바로 내가 서 있는 공간이라서 더 했다.

영화가 끝나 갈 무렵, 배우 김남길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섭다고 눈감지 말고, 귀 막지 마라.”


눈 감고, 귀 막지 않으려 들어간 극장 안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

“사고는 지들이 쳐놓고 수습은 국민보고하라고 한다.”

라고도 말했다.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전 세계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원자력’ 보유국.

게다가 면적 대비 원전 밀집도는 세계 1위이다.


무엇보다 사고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국가 수뇌부는 무려 현 정부다. 아무리 현실을 극도로 외면, 부정, 왜곡하며 피하려 해도 ‘세월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눈을 벌겋게 뜨고 보지 않았던가.


그래서 ‘라라 랜드’ 나 보려고 했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질 것 같은 영화.

아이러니하게도 영화관 복도에 나란히 걸린 두 영화의 포스터!


결국, ‘라라 랜드’는 다음 기회로.

영화의 디테일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주인공이 전형적 영웅의 모습을 연기하지 않아 좋았다. 당연히 그의 행위는 영웅적일지라도 말이다. 그는 생의 마지막 ‘무서워, 엄마.’하며 울었다. 그랬을 것이다. 국가도 시스템도 동료도 가족도 없이, 파렴치하고 무책임하며 뻔뻔스러운 시스템과 국가를 대신해 죽어야 했다.


영화가 끝나고 잠깐 올라가는 자막이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원자력 발전소 4곳. 총 24기의 원자로와 추가 건설 중인 4기.

영광(한빛 1, 2, 3, 4, 5, 6)기 울진(한울 1, 2, 3, 4, 5, 6)기 월성(1, 2. 3. 4)기 고리(1, 2, 3, 4)기. 현재 건설 중(신고리 3, 4기/ 신한울 1, 2기)

모른척할 수도, 외면할 수도, 피할 수도 없다면 ?
작은 관심이라도 보여야 한다. 이 땅은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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