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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Dec 30. 2016

[달쓰반] 50편/2016년 문화 리뷰 갈무리

시즌1 최종편/창고대방출/미처 못다한 리뷰 정리/공연 스포주의/스압주의

가끔은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장르 불문, 반전 있는 금요일의 리뷰 No.50

 ※ 주의: 이 리뷰에는  연극 <룸넘버13>,<취미의 방>,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시즌2> 등

공연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제 2016년도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 초, 벗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2016년에는 매주 한편의 리뷰를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벗들과

같이 이 브런치 매거진을 만들었고,


나는 시의성 있는 주제로

도서, 영화, 전시, 공연 등

문화 콘텐츠 전반을 다루는 리뷰를

매주 금요일, 브런치 매거진에 올리겠노라 말했다.


그때 나는 일년이  약 52주이므로

적어도 올해는  50편 이상의 리뷰를 쓰겠다고 

다짐했고,  달쓰반이라는 제목 하에 

이 글을 포함해 총 50편의 리뷰를

브런치에 업로드했으니 그 약속은

지킨 셈이 되었다.


하지만 매주 한편의 리뷰를 써서

벗들과 약속한 금요일에 올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주5일간 출퇴근을 하는 회사원으로서

혹은 단발성 프로젝트에 참여해

마감을 지켜야만 하는 프리랜서로서

따로 리뷰 쓸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거나

주말엔  데이트 하느라 짬을 내기 힘들었단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시간이란 것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쪼갤 수 있으니까.  


그러나 매주 한편 이상 리뷰 업로드라는 초반의 다짐은

어느덧 규칙을 위한 규칙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마땅히 쓸 것이 없는

금요일에도 리뷰를 쥐어짜서 올리는 일도 생겼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시의성 있는 주제라는 스스로 만든 규칙 때문에

리뷰 쓸 기회를 놓친 공연이나 전시회, 영화도 많았다.


더이상 무대에서 상연되지 않거나

일회성으로 열린 공연,

극장에서 타이틀이 내려진 영화,

막을 내린 전시회의 리뷰들은

 작가의 서랍 속에 계속 넣어두어야만 했다.

브런치를 오픈하기 전에

작성했던 리뷰들도 비슷한 이유로 묵혀두었다.

그러한 리뷰들을 올해가 가기 전 창고 대방출한다.


- 2016년 리뷰 창고 대방출-  (번외편 Track 10)-


1. 뮤지컬 <신데렐라> (2016년 1월)

                                                                                                                                                                                                                                                                                                                                                                                                                                                                                                                                                                                                           

뮤지컬 <신데렐라>는

브로드웨이판 뮤지컬의 라이선스를

국내로 들여와 처음 무대에 올린 초연작이다.


이뮤지컬에는 새로운 캐릭터가 한 명 등장한다.

장미쉘이라는 혁명가.


그런데 이 혁명, 이라는 것이 다름 아니라

왕자에게 집과 땅을 빼앗긴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청하는 것이다.


계모의 첫째 딸인 가브리엘은

왕자와 결혼하길 바라는

어머니 뜻을 거스르고,

장미쉘과 사랑에 빠진다.


뮤지컬 <신데렐라>에서는

백성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섭정을 맡고 있는 집정관 세바스찬의 명령으로 왕자의 배필을 찾는 무도회가 열린다.


세바스찬은 무도회를 열면서

왕궁의 품격에 맞는 드레스를 입은 사람만이

참석할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데,

사실은 비싼 드레스를 장만할 만한, 능력이 되는

아가씨들만을  선별해서 왕자비를 맞겠다는 속셈이다.


세바스찬의 검은 속내도 모른 채

백성들은 너도나도 무도회 소식에 들뜨고,

신데렐라 역시, 그 소식을 듣게된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드레스가 없다는 사실에 침울해하는 것도 잠시,

그 다음부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데렐라 버전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약속이나 한듯이

신데렐라와 왕자는 사랑에 빠지고,

백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신데렐라의 청에

왕자는 자신과 함께 국정을 의논할 수상을 뽑겠다고 선포한다.

그리고 그 투표에서는 모두 한표씩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요즘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도 볼  수 있듯이

왕자가 이야기의 진행을 방해시키는 훼방꾼으로 취급되거나

혹은 디즈니 실사 영화 <말레피센트>에서처럼  이야기의 결말을 위해서만

소모되는 캐릭터로 취급되는 경우가 종종있는데

이 브로드웨이판 뮤지컬에서는 철 모르고 징징대던 왕자가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자의 도움을 통해 성장해나간다는 점에서

여자주인공의 소원을 이뤄주는 도구 혹은 결말을 위한 도구로만

쓰이는 것만은  일단 면했다 할 수 있겠다.


엔딩은 당연히 왕자와 신데렐라가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이다.

화려한 무도회와 결혼식 장면이 퍼레이드처럼 펼쳐지는

볼거리가 풍성한 뮤지컬이었다.

신데렐라가 요정 대모를 만났을 때

누더기 옷이 뱅그르르 돌아가며 아름다운 드레스로 바뀌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이 뮤지컬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뮤지컬이 아니고,

어린이와 가족 관객을 공략하는 뮤지컬 답게

혁명이라는 단어가 몇번 들어갈 뿐

대사는 모두 쉽고 짧다.

어린 조카들이 있다면 함께 가서 봐도 좋을 공연이다.

실제로 어린 관객들의 집중도가 매우 높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크게 관심없는 성인들이라면,

시간과 돈을 투자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뮤지컬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는 성인이지만 롯데월드의 야간 퍼레이드도 매우 설레고 기대된다!

이런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서 볼만한 공연인듯.



2. 뮤지컬 오케피 (2016년 1월)



이 뮤지컬이 보고 싶다고 하여, 기념일에 LG아트센터에서 관람했다.

뮤지컬 <오케피>는
뮤지컬 공연의 오케스트라 피트에 속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오케피는 다양한 군상의 이야기들을
뮤지컬답게 춤과 노래를 통해 보여준다.

하지만, 무대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많다보니
작품 전반적으로 산만하다는 인상을 받게 되었다.

특히 콘스터 마스터(바이올린)이자 콘닥터(지휘자)의 엑스 와이프는
남에게 말 못할 고민이 있어보이지만,
관객들에게 속내를 다 보여주지 않고
앞으로 혼자 살겠다는 다짐의 노래만을 불러서
그녀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꿈꾸던 오케피 무대에 섰지만, 그곳엔 열정가득한 뮤지션이

아닌 생활고에 시달리는 직장인만 가득하다는 불만을

내뱉는 퍼커션은 정작 제 때 심벌즈를 쳐야하는 자신의 임무를 놓치고야 만다.

대체 저 캐릭터는 이 작품에서 왜 필요한 걸까?
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몇몇 인물들이 있다.

1막 시작 부분에서
30명이나 되는 오케스트라를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12명이나 줄였다고 했지만
사실,12명도 너무 많아보인다.

좀 더 인물 수를 줄이고,
더 풍부한 이야기를 집어넣었더라면, 어땠을까?

배우 황정민의 뮤지컬 첫 연출작이라는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극의 선택과 집중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마지막 엔딩크레딧은

이 뮤지컬을 만드는 데 들어간 땀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3. 연극 <룸넘버> 13/스포주의 (2016년 1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여러 나라에서

절찬리에 공연되고 있다는 <룸넘버13>은

대학로에서도 꾸준히 롱런하고 있는 연극이다.


영국판 공연을 보지 않아서, 원작은 잘 모르겠지만  

정치풍자의 느낌이 좀 더 강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대학로 공연은 몸을 쓰면서 웃기는 슬랩스틱 코미디 측면이 강했다.

죽은 줄 알았던 시체가 사실은 기절한 것임을 알았을 때의 멘붕이란!

사람들의 관계는 거짓말로 인해 얽히고 설키며

사태는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을 일삼으며

임기응변과 순발력으로 순간 순간의 위기들을 모면하는

주연 리처드의 캐릭터도 인상적이었지만,

처음엔 상관의 거짓말에 휘말려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나중에는 세 명의 각기 다른 여자(제인, 파멜라, 포스터)와

불타는 미친 사랑을 외치고야 마는 조지의 성장기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

조무래기가 사기꾼계의 거목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랄까?


그런데 무대 위 조명이 매우 강한 것인지,

아니면 무대를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소동을 벌여서 그런 것인지

배우들이 연극 초반부터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많은 양의 땀을 흘려서

보기가 안타까울 정도였다.

                                                                                    


4. 뮤지컬 밀당의 탄생 (2016년 2월)

                                                                                  

김수로 프로젝트 15탄 뮤지컬 <밀탕의 탄생>은
서동요를 모티브로 하여 선화공주와 서동을 연애의 고수로 설정,
삼국시대의 연애비법을 전수해준다.

'선화공주는 맛동도령을 밤에 몰래 만나러 간다네~~'
선화공주를 얻기 위해 종복을 시켜
저잣거리의 아이들에게 마를 나눠주며
서동요를 부르게 하는 서동과
자신의 마음을 밀고 당기는 백제의 나쁜 남자 '서동'에게
끌리는 신라 최고의 미인이자 바람둥이인 선화 공주,
그리고 그녀와 혼담이 오고가는 신라 최고의 킹카 해명도령.
이들이 빚어내는 삼각 관계가 꽤 흥미롭다.

극의 시작은 판소리 마당처럼
북을 치는 고수가 등장한다.
그녀는 극을 이끌어가는 나레이터이자
주모, 추상궁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멀티우먼.
국악풍의 뮤지컬 노래는 저절로 흥을 돋아주고,
서동의 종복 (훈)남이와 선화의 종복 (죽)순이는
마치 향단과 방자처럼,
때로는 구성진 가락을 뽑아내고
때로는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게 하는 춤사위로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그리고, 미친 존재감 해명도령은 저잣거리의 아이와 신라의 진흥왕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이 공연의 핵 웃음을 담당한다.
신라 최고의 킹카라는
해명도령이 던지는 작업멘트는
연애에 서툰 복학생이 용을 써서 던지는 그것과 같다.
손발이 오그라들다 못해 마음이 짠해지는 그런 멘트랄까.
그 덕분일까. 해명도령은 관객들의 시선을 강탈해가는데 성공한다.
그가 등장만 해도 빵빵 터지니 말이다.

커플들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발렌타이 데이에 관람해서 그런지 관객은 거의

커플이 많았다.


5. 연극 <취미의 방> (2016년 2월)/강력 스포주의  
                                                                                    

'취미의방'은 창작요리가 취미인 아마노, 건담덕후인 가네다,
고서수집가 미즈사와, 아직 썩 마음에 드는 취미를 찾지 못해
컵라면 뚜껑 수집, 귤껍질 아트, 양쪽 콧구멍으로 리코더불기, 직소퍼즐
온갖 취미에 도전중인 도이, 네 남자가 모이는 방이다.
평화롭고 한가롭던 취미의 방이 의심의 방이 된 건
경찰 미카의 급습 때문이다.


취미의 방의 일원이었던 기타노가 실종되었다며
미카는 그를 아느냐고 묻고, 아마노는 금녀의 영역인
취미의 방에 미카를 들이기 싫어 그를 모른다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하지만, 도이는 다시 미카를 불러 사실은 그가
취미의 방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미즈사와는 기타노의 실종이
아마노의 계략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고,
의심은 의심을 더해서
결국 취미의 방 일원들은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강력스포)

하지만 미카는 사실 경찰이 아니었고,
기타노는 실종된 것이 아니라 집에 잘 있었다.
미카는 기타노의 여자친구였는데
미카는 기타노가 말한 '취미의 방'을 믿지 못하고
남녀가 밀회를 나누는 방이 아닐까 하여,
급습했다고 고백한다.

기타노가 무사함을 알게 된 네명의 남자들은
이제 요코의 살인범을 찾는데 골몰한다.
취미의 방은 사실 아마노가 거두며 보살폈던
간호사 요코의 살인범을 찾기 위해 만들어낸 덫이었다는 것이다.
네명의 남자들은 자신이 결백하다는 알리바이를
증명하며 사건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다가
요코의 살인범은 아마노의 또다른 인격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 연극이 끝나는가 싶더니,
커튼콜 뒤에 다시 <취미의 방>에 불을 밝히는 네 남자.
이 모든 스토리는 요즘 에드가와 란포 추리소설에 꽂혀있다는
미즈사와의 대본이었고, 네 남자는 미카를 쫓아내기 위해
지금까지 연극을 했다는 것이 밝혀진다.

이 작품을 추리극으로 보자면,
극의 구조는 성기다, 라는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등장 인물의 내면에 집중하는 연극도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덕후의 시선으로 보면
매우 재미있는 연극이다.

가네다와 같은 건담 덕후는 우리 주변에서 꽤나 많다.
그들은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하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덕력을 자랑한다.
 
그들은 역시 진열장에 미묘한 포즈의 차이를 인식하며
건담 프라모델을
전시하고, 심혈을 기울여 도색한다.

하루는 건담 프라모델을 왜 조립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심심해서, 라는 답변을 들었다.
어떤 사람은 심심하면 노래를 하고
어떤 사람은 심심하면 요리를 하듯
어떤 사람은 심심해서  건담 프라모델을 조립할 뿐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단지 취미활동을 할 뿐인
덕후들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대체 그런 짓을 왜 하지?
라는 잣대로, 혹시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 아냐?
라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취미의 방은 진짜 취미의 방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미카의 의심은, 덕후들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배타적인 시선을
반영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극 <취미의 방>은
단호히 취미는 그저 취미일 뿐이라고 말한다.

나의 진짜 취미는 무엇일까?
나를 가슴뛰게 하는 그것.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즐거운 그것이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하게 만드는 점에서 재미있는 연극이었다



6. 어른이 뮤지컬 <난쟁이들> (2016년 2월)

                                                                     

이날 공연은 전석이 매진이었다. 배우가 공연 중에 대체 홍보를 어떻게 했길래

여기 객석이 다 꽉 찼어? 라는 애드립을 쳤을 때 나도 진심 궁금했다.

어른이 뮤지컬이라는 홍보 문구가 그렇게 효과가 있었나?

                                                                                                                

<난쟁이들>은 그저 동화 속 조연에 불과한 존재라는

편견에 맞서 싸우는 난쟁이 찰리의 이야기다.

이날 찰리 역할은 정동화 배우가 맡았다.

<난쟁이들>의 공주들은 더이상 트루 러브에 목매는

옛날의 수동적인 공주님들이 아니다.

하긴, 요즘은 디즈니 공주들도 가만히 앉아서 왕자님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 뮤지컬 속의 캐릭터들은 주저 없이 자신이 원하는

 상대의 행복을 빌어주며 자신의 행동을 ‘희생’ 아닌, 자신의 의지로 한 ‘선택’이었음을

당당히 밝히기도 한다.

어른이 뮤지컬이라는 컨셉에 걸맞게 19금 대사가 많고,

뮤지컬 전반에 대놓고  자칭 '병맛' 코드들을 연출한다.

그리고 어른이들은  그 코드에 열렬히 호응을 보냈다.


7. 영화 <갓 오브 이집트 (4DX-3D)> /  (2016년 3월)

올해 초반 집에서 걸어 갈 수 있는 거리에  

새로 CGV 영화관이 생겼는데 4DX관도 함께 오픈했다.

4DX관에서 <갓 오브 이집트>를 상영한다고 하여

데이트 무비로 선택했는데,               

의자가 흔들리고 바람이 나오고 안개 효과가 나타나는 건 신기했지만,

그것이 영화 전체의 재미를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4DX관에서 본 덕분에 졸지는 않았다.

영화 속 인물들이 싸움을 벌일 때마다 마치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이 의자가 움직이는 틈에 도저히 졸 수가 없었다.

3D 영화를 4DX관에서 본 것이 처음이라 그랬을 수도.


줄거리만 놓고 보자면 학창 시절 ,

나름 열심히 읽었던 소설 <람세스>를 다시 한번 읽는 게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놀이기구하고 비교하자면 롯데월드의 언더랜드에 있는 4D 전용 어트랙션 수준이랑 비슷.

그래도 이름만 포스가 넘칠 뿐 영화속에는 전혀 포스 없는

이집트 신들이 거추장스러운 날개 달고 날아다니는 4DX 영화보다는

직접 내가 로티 건을 들고 화면 속 악당을 맞출 수 있는 4D 슈팅 씨어터

혹은 목마를 타고 총을 쏠 수 있는 '황야의 무법자'가 더 재미있긴 했다.



8. 뮤지컬 <프리즌> (2016년 5월)


'로즈데이'에 관람한 뮤지컬이라 그런지 연인이나 부부끼리 온 관객들이 많았다.

공연 전후의 이벤트도 모두 커플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이 뮤지컬은 건즈앤로지스라는 밴드의 탈옥기와 성공기를 다루고 있는데,

<죽여 주는 이야기>, <대박극장> 등 대학로에서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는

개그와 연극이 결합된 장르를 좋아한다면 무난하게 볼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장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패스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공연 내내 춤과 노래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만큼 심심할 틈은 없다.


9. 김승옥 무진기행 그림전 (2016년 7월)


정확히 몇 학년때인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대학교 교수님이 <무진기행> 필사 과제를 내주신 적이 있다.

노트에 펜으로 꾹꾹 <무진기행>을 베껴 쓰느라 매우 힘들었지만,

그 아름다운 문장 만큼은 경탄해 마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 선생님이 그린수채화들이

혜화아트센트에서 전시되고 있다고 하여

대학로에 간 김에 잠깐 둘러보았는데,

김순수 시인 등 동료 문인들을 그린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먼 발치에서나마 독자 팬들에게 둘러쌓여 있는

김승옥 선생님의 모습도 뵐 수 있었다.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셔서

다시, 집필 활동을 재개하실 수 있기를.




10.  도서 낭독회 <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시간의 끝> (2016년 9월)



깊어가는 가을 밤, 홍대 한 서점(북티크 서교점)에서 도서 낭독회가 열렸다.

소설을 연극으로 만들거나 영화로 만든 것을 본 적은 있지만

2차 가공없이 오직 '낭독'을 통해 듣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배우들이 현장에서 책을 낭독해주고,

그것을 어떠한 필터도 없이 바로 듣는 경험은

라디오 문학관이나 팟캐스트 등의 매체를 통해

성우, 아나운서가 읽어주는 책을 듣는 것과는 느낌이 또 달랐다.


<삼월의 5일간>은 처음 만난 두 남녀가 도쿄의 러브 호텔에서

5일간 함께 지냈던 시간을 다룬 소설이다.

시간적 배경은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해의 삼월.

눈으로 책을 읽었을 때보다 낭독을 통해 귀로  책을 읽었을 때,

두 청춘 남녀의 마음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에  잔잔히 흐르던 음악과 시원한 맥주는 덤.


(보너스 트랙)


<담배가게 아가씨> 시즌2/ 2016년 12월

 


크리스마스 이브에 대학로에서 본 뮤지컬.

관객이라고는 우리 둘밖에 보이지 않아 내심 걱정했다.

설마, 소극장 뮤지컬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우리 둘만 보게 되는 건가? 그럼 배우들 보기 좀 민망하지 않을까?

다행히 공연 시작전, 다른 관객들이 우르르 들어오기 시작했다.

송창식의 노래  <담배가게 아가씨>를 모티프로 만들어진 뮤지컬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이다.

유나는 어머니 양수님의 일기장을 통해 아버지와 어머니의 러브스토리를 알게 되고


(아버지는 다리가 불편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도망갔다 다시 돌아온다.

돌아온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항상 담배가게 안에만 있는 모습이 뭔가 슬퍼보였는데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미안해서 도망갔다 말하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사랑이 시작된다. 어머니 일기장에 따르면 다리를 보고 놀란 남자는 많았지만.

도망간 남자는 처음이었다고~)


자신을 봐주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해소하게 된다.

아버지 정만식씨는 유나를 원망한게 아니라

유나의 백일 사진을 찍으러 가던 그날, 트럭을 몬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

자신이 몬 트럭에 아내가 죽게 되자 마음의 병이 생겼던 것이다.

기억나는 대사는 "꼭 낳아야만 정이니?"

수님의 친구였던 미자가 수님의 딸 유나를 보고 한 말이다.


자녀 세대인 유나와 현우의 러브스토리도 담배를 매개로 시작된다.

소극장 뮤지컬답게 소박하게 진행되는 스토리가 좋았다.


-2016년 리뷰 창고 정리 (번외편)  끝-



Ps.  2016년 매주 금요일에 업로드했던

달쓰반 시즌1의 리뷰는 이 글을 끝으로 접는다.

대신 2017년의 달쓰반 시즌2는 특정 요일에

구애받지 않고 정말 리뷰가 쓰고 싶은 콘텐츠가

있으면 그때그때 마음껏 쓰려한다.

올해는 브런치에 소중한 벗들과 약속한 글을

쓸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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