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am Movie Poster No4.
2016년 12월 21일 개봉/ 액션,범죄/ 감독 조의석/ 주연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진경
희대의 사기꾼 진회장의 밀실!
금색과 붉은색의 물고기들.
벽 한 면을 채운 거대한 수족관.
그 앞에 놓인 황금색 돈다발.
그 앞에 나란히 앉은
사기꾼과 금융감독원장.
나는 이 장면을 멈추고 스크린을 통째로 잘라내기 하고 싶었다. 1996년 작, 바즈 루어만 감독의 Romeo+Juliet. 긴 시간이 흘렀어도 잊을 수 없는 장면. 23살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18살의 클레어 데인즈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분해 수족관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장면이 겹쳐졌다.
감독의 기막힌 감각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그것이 ‘사랑’이든 ‘돈’이든 사람을 뒤흔드는 것. 영화 속 인물들은 그 순간 매혹되고 현혹된다.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은 그들의 감정이 스크린 밖의 나에게도 전해진다. 하지만 카메라가 수족관을 잡는 순간, 그 안에서 자유로운 듯 자유롭지 않은 물고기들을 비추는 순간. 현실로 돌아온다.
이 조화롭지 않은 조합으로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한 것 같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의 5만 원권 지폐의 색은 과연 신의 한 수였다. 황금 덩어리를 쌓아 놓은 듯 우아하고 천박하며 도발적이었다.
이제 포스터이야기.
세 남자의 사뭇 진지한 표정 앞으로 뜬 “썩은 머리 이번에 싹 다 잘라낸다.”의 주요 문구는 그 크기며 색 조차 존재감을 잃었다. 우리는 동화같은 일이 동화가 아닌 곳에서 이뤄지지 않을 걸 알기 때문이다.
일단 포스터에 등장한 세 명의 인물을 하나씩 살펴보자. (순서는 왼쪽부터)
만화보다 더 공상적인 캐릭터인 강동원. 그가 연기하는 지능범죄수사팀장인 김재명은 흔들림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적어도 영화가 다룬 시간 속에서) 올바른 인물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물음에 그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정해진 대로 행동한다.
이병헌 역시 일관성 있는 캐릭터다. ‘조’단위의 돈을 주무르는 원 네트워크의 ‘진 회장’ 그는 희대의 사기꾼답게 빈틈없이 악랄하다. 그렇다고 순진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도 약해지는 순간이 있다. 자신에 대한 연민 또는 믿음이 그랬다. “나 잡으면 세상이 뒤집어질 텐데 감당할 수 있겠어?” 라는 그의 마지막 대사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익숙해서 쓴웃음이 다 났다. 걱정할 필요 없다. 세상은 뒤집히지 않을 것이고 감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마지막까지 챙겼던 문제의 ‘장부’는 세상에 드러나도 걱정 없다. 썩은 머리는 싹 다 잘라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 두 명의 톱 배우가 연기하는 두 인물은 스크린을 휘어잡지 못한다. 약하다. 생애 첫 형사로 변신했다는 강동원은 별로 매력적이 않고 이병헌 역시 아우라가 전작인 [내부자들]보다 많이 약하다.
[마스터]는 김우빈을 위한 영화였다. 극중 이병헌의 대사처럼 “양면테이프!”같은 (이쪽에 붙었다, 저쪽에 붙었다 하는) 김우빈의 캐릭터가 영화의 긴장감을 살린다.
영화의 장르대로 ‘범죄오락액션’ 영화가 동화 같으면 또 어떤가? 정의가 승리하는 통쾌함을 선사하면 그만이지! 그럴 수 있다. 나도 동의한다. 그런데 [마스터]는 또 너무 통쾌하지도 않았다. 희대의 사기꾼은 잡았지만,(엘시티 이영복회장이 떠오른다.) 그가 가진 장부를 손에 넣었지만, 강동원의 말대로 이제 끝장을 보겠다고 움직이지만. 글쎄? 요즘의 청문회를 보면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