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마술사’
신카이 마코토 감독 앞에 붙은 이 멋진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동경의 마천루와 고가도로, 인파로 가득한 거리 풍경. 화산의 나라답게 분화구 정상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 그 어느 곳이 등장해도 관객은 스크린 밖이 아니라 스크린 속에 있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해성이 비처럼 떨어지는 장면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만이 구현할 수 있는 장관이었다. 실사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애니메이션만의 장점을 최대한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포스터’는 실사 영화보다 아쉬웠다.
애니메이션은 현실을 한 번 그림으로 가공한 것이다. 그것을 사진이라는 수단으로 또 한 번 가공하자 생생함이 반감된 느낌이다. 애니메이션의 의미는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그러다 보니 포스터가 전하는 느낌이 약할 수밖에. 동물이나 캐릭터 애니메이션은 사정이 다르다. 아무래도 사람이 주인공이다 보니 더 그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극장에 가기 전, 혹은 상영관의 불이 완전히 꺼지기 전까지 우릴 설레게 할 안내판으로서 포스터를 감상해 보자.
‘꿈속에서 시작된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
제목 ‘너의 이름은’ 위에 붙은 문구다. 영화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렇다. 꿈속에서 시작되었고, 기적 같으며, 사랑 이야기가 맞다. 물론 상영시간 106분을 통째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일단 좀 건조하다. 상투적이다. 맞는 말을 했지만 어딘가 많이 허전한 문장이다. 그래도 괜찮다. 작은 글씨다. 오히려 포스터 한가운데 있는 ‘아직 만난 적 없는 너를, 찾고 있어’라는 문장이 훨씬 신선하다.
눈부시게 푸른 하나의 하늘 아래 두 개의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포스터의 왼쪽. 고층 건물과 커다란 뭉게구름을 뒤로하고 횡단보도에 선 남학생. 살짝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응시하지만 그가 보는 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오른쪽에는 다른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서 있다. 그녀의 뒤로는 들과 언덕, 야트막한 산 위로는 신사로 가는 문이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그녀 역시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보고 있다. 하지만 두 주인공의 시선은 만나지 않는다. 그들 가운데 커다란 빛이 가로막고 있어서 일까?
영화는 소소한 웃음과 재미는 물론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도 선사한다.
중간중간 스며드는 음악도 좋았다.
반주가 멈추고 주인공들도 멈추고 장면도 멈춘 다음 흐르는 래드윔프스(Radwimps)의 ‘なんて゛もないや’는 엔딩으로 더없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