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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Feb 10. 2017

[M.M.P] 8편/ 조작된 도시

Madam Movie Poster No8.      

조작된 도시    

2017 2월 개봉/ 감독 박광현            

  

  범죄 액션의 신세계 ‘조작된 도시’ (포스터 전면)

  범죄 액션의 신세계가 열린다! 새롭게 즐겨라! (포스터 후면)

  오랜만에 포스터만 보고도 영화가 보고 싶어 졌다.

  포스터의 메인 문장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세상을 뒤집는 건 항상 의외의 인물들이지”

  그 의외의 인물이 배우 지창욱과 심은경 그리고 안재홍이다. 감독은 박광현. 

  흥미를 느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특히, 그들! 포스터 속 인물들의 눈빛. 카메라 렌즈 안을 들여다보는 세 사람. 


  그들이 렌즈를 통해 이쪽을 보고 있다. 포스터의 다른 쪽. 즉 포스터를 들고 있는 나 혹은 우리. 잠재적 관객 이거나 이미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 혹은 지나가는 관객. 이쪽 세상 말이다. 내가 실제라고 믿는 세상. 포스터는 렌즈를 통해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을 연결시키는 것 같았다. 흥미로웠다. 그리고 박광현 감독의 말! 포스터 뒷면 하단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분명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었다. ‘속도감 있고 경쾌하며 통쾌한 새로운 스타일의 범죄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질 못했다. 즐기지도 못했고, 아쉽지만 새롭지도 않았다. 

  즐기기엔 초반 주인공의 처절함이 지나쳤고 새롭기엔 소재도 화면도 아쉬웠다. 

  ‘속도감 있고 경쾌하며 통쾌한 새로운 스타일의 범죄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감독의 말은 작품 속에 모두 들어 있었지만 조금씩 부족했다.     


  영화 전체의 속도감은 떨어진다. 주인공과 그의 팀원들이 너무 약하다. 가진 게 별로 없다. 

  주인공은 전직 태권도 국가대표였다지만 상황이 너무 나쁘다. 특수훈련을 받은 요원도 전직 특전사나 군 출신도 아니다. 그냥 백수다.

 주인공 다음으로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떠맡은 ‘여울’(심은경)은 ‘초보 해커’다. 다른 팀원들 역시 기술들은 있지만 약하다. 해커지만 초보인 것과 비슷한 설정. 


  자! 이들이 상대할 대상은? 멀쩡한 사람을 3분 16초 만에 살인범으로 둔갑시켜 무기징역 판결을 받게 만들 수 있는 조직이다. 완벽하게 조작된 현장! 빅데이터와 권력과 자본이 결탁한 세력. 

그래서 무거웠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설정’ 안에서 최선의 최선을 다해야 했다. 

힘겹고 처절하게. 


  감독의 말대로 ‘통쾌한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라면 주인공들에게 좀 특별한 ‘설정’을 주었으면 했다. 어벤저스급은 아니더라도.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들이 마지막에 누명을 벗고 서로의 지친 얼굴을 바라보는 장면은 그래서 통쾌함보다 안쓰러움이 앞섰다. 그리고 ‘범죄영화’라니. 나는 오해하고 말았다. 주인공들이 그들의 ‘적’들을 향해 시원하게 날릴 반격으로서의 범죄? 아니었다.           

  이 영화의 정체성은 ‘범죄영화’가 아니다.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결백을 위해 고군분투했을 뿐이다. 세상을 뒤집지도 못했다. 뒤집어지기에 세상은 너무 거대하고 주인공들은 연약했다.  

  장르의 어정쩡함. 

  현실의 무거움을 그대로 살린 것도 아니다. 영화적 상상력이 발랄하게 들어간 것도 아니다. 치밀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지루하지 않았고 뻔하지 않았다. 단지 내 기대가 컸을 뿐이다. 특히 배우들의 열연(주인공과 그의 팀원은 물론 악역으로 등장한 배우 김상호와 오정세, 그리고 이하늬)과 제작진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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