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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Mar 03. 2017

[M.M.P] 9편/ 재심

Madam Movie Poster No9.      

재심    

2017 2월 개봉/ 감독 김태윤           

  

보는 순간부터 마음이 데워지는 장면이 있다. 

노을은 따뜻했고 바다는 잔잔했으며 무엇보다 두 남자의 웃음이 가슴에 내려앉았다. 그 순간을 혹은 그 장면을 고스란히 담아 벽에 걸어 두었으면. 언젠가 두 어깨가 이유 없이 처질 때, 바라보면 기운이 날 것 같았다.      

  

영화 [재심]의 포스터가 내 바람을 들었나 보다. 

  스크린 속 노을의 붉은 기운은 덜 했지만 그들의 웃음은 남았다. 

 

 자, 이제 포스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먼저, 첫 번째 포스터. 

  “내가 얘기해줄게. 너 살인범 아니라고”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누가 살인범이 아니며, 누가 그의 입이 되어 줄지. 울먹이고 있는 배우 강하늘과 결연한 표정의 배우 정우. 그들이 들려줄 이야기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알 것 같다. 그들의 표정은 물론 얼굴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와 빛의 비율도 그렇다고 말한다.      


  두 번째 포스터. 정우의 인물 포스터다. 

  “다시 찾아온 기회” “벼랑 끝, 진실을 마주하다”

  본격적인 어둠이 내려앉기 전, 가로등 빛이 오히려 어스름에 묻힐 것 같은 하늘. 

  자본주의 사회에서 ‘변호사는 고객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익을 취하는 존재’라고 큰소리치던 정우. 하지만 현실은 그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형사건’ 하나 잘 물어서 한 방에 출세하고 싶었지만 제대로 안 된다. 불러 주는 곳도 갈 곳도 없다. 연수원 동기인 친구에게 붙어 어떻게 취직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뭔가 보여 줘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나선 ‘무료법률 서비스’에서 만난 의뢰인.

  살인죄로 징역 10년을 살다 나온 아들을 둔 어머니. 

  범죄 피해자인 택시 기사의 유가족에게 지급한 위로금.

  국가가 대신 지급했으나 아들이 출소했으니 그 돈을 갚으라는 국가 기관.

  게다가 이자가 어마어마하다. 10년 동안 쌓인 이자는 원금을 훌쩍 뛰어넘었다.

  벌건 대낮부터 술에 취한 아들은 정우를 보자마자 소리부터 지른다.

  한심하다. 그런데 이 녀석 하는 소리가 자신은 죽이지 않았단다. 그럼 왜 감옥에 간 거지?     

  

세 번째 포스터. 강하늘의 인물 포스터.

  “용기를 내다” “아무도 내 말을 믿어 주지 않았다.”

  그래야 한다. 용기를 내야 한다. 세상은 순식간에 그를 살인범으로 만들었다. 

  단지 그날, 그 시간, 그곳을 지나 간 나쁜 운이 죄라면 죄일까?

  사회는 고등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대체로 ‘정상’이 아니라고 본다.

  그저 학교에 가는 대신 다방에서 일을 했다.

  홀어머니와 함께 가난하게 살았다. 

  경찰은 무작정 그를 짓밟아 범인으로 만들었다. 검사와 판사는 속전속결로 구형을 때렸다. 그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의 힘없는 홀어머니 말고는. 

  징역을 살고 나왔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살인범이라는 사실과 눈먼 어머니. 그리고 갚아야 할 천문학적인 빚이었다. 그것도 국가기관에게 갚아야 할. 

  가로등 빛조차 그의 뒤에 있다. 그는 한창 자랄 나이에 너무 많이 아팠다.

  그래서 출소한 뒤에도 그의 몸은 묶여 있다.      

  

네 번째 포스터. 정우와 강하늘이 마주 앉은 장면.

  “진실을 찾을 마지막 기회”

  두 사람이 만났다. 

  마주 보며 앉은 그들의 눈빛은 더 이상 갈 곳을 잃은 눈빛이 아니다.

  두 사람 모두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그것이 누구에겐 진실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진짜 어른이 될 기회가 될 것이다.

  어쨌든 두 사람은 ‘재심’을 통해 자신의 알을 깼다. 그리고 세상과 우리는 

‘진실’과 그 보다 더 갚진 ‘용기’

   를 얻었다.      

 

 

  P.S: 한 순간에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감옥에 간 두 사나이.

       영화 [조작된 도시]와 영화 [재심]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두 영화를 함께 보아도 좋을 듯하다.

       그것이 실화든 상상이든 우리는 조작되고 오염된 정보의 홍수에서

       진실을 건져 낼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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