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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Mar 28. 2017

[M.M.P] 11편/밤의 해변에서 혼자

Madam Movie Poster No11.      

밤의 해변에서 혼자    

2017 3월 개봉/ 감독 홍상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이렇게 두 편. 극장에서 본 홍상수 감독의 영화다. 그 뒤로는 굳이 날 잡고, 시간 잡아 친구들을 만났다. 왁자지껄한 시간을 보낸 뒤 DVD를 틀었다. 그때부터는 영화 속 대사 보다 친구들과의 수다가 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온다. 우리는 김 빠진 맥주를 마시며 영화 속 인물들에 대해 한 없이 코멘트를 날렸다. 아무래도 그랬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혼자서 보기에는 버거웠다. 정신없이 마신 다음날, 퉁퉁 부은 얼굴과 불편한 속을 부여잡고 지난밤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존재를 한없이 부정하고 싶은 심정. 혹은 그 순간에 돋는 닭살. 딱 그 심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극장에서 본 세 번째 영화가 되었다. 

  포스터는 그렇다. 

  제67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초청작이자 은곰상: 여자 연기자 상 수상작.

  그리고 김민희. 영화의 제목인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그냥 김민희의 아우라에 가려져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듯하다.  포스터는 푸르스름한 하늘과 바다와 배우 김민희이자 영화 속 ‘영희’의 모습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음직하다.       

  

  영화는 두 편으로 나눠져 있다. 


  1편은 외국(독일)의 어느 도시. 날은 을씨년스러웠고 공기는 찼다. 여주인공 영희는 어딘지 모르게 초조해 보였다. 아는 언니와 도시의 이곳저곳을 걷지만 그녀의 걸음은 도무지 현실감이 없어 보인다. 언니와의 대화도 겉돈다. 영희와 사귄 유부남이 어쨌든 그녀가 있는 곳으로 온다고 했다. 영희는 그가 오지 않을 것 같다면 서도 그의 이야길 놓질 않는다. 아는 언니의 지인들과 해변엘 갔다. 해변이라고는 했지만 바다는 미동도 하지 않았고 모래톱은 마냥 춥기만 할 것 같은 곳에서 영희는 남자의 얼굴을 그린다. 그곳에서 영희는 그림같이 멈춘 바닷속으로 사라질 것 같았다. 

  영화는 내내 2% 과장된 음악을 틀었다. 영희의 감정을 휘저어 기어코 가라앉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 같기도 했다. 결국 영희는 영화 속에서 쉬지 못할 것이다.     

  

  2편. 강릉의 어느 날. 영희는 영화관에 앉아 있었다. 아는 선배를 만났고 외국어보다 더 어색한 대화가 오갔다. 선배와 함께 다른 선배가 하는 카페엘 간다. 그곳에서 감독 특유의 불편한 장면이 등장했다. 나는 순간 영화관에서 수다도 없이 고스란히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기가 힘들었다. (1편은 외국이라서 덜 했나 보다.) 다행히 영희는 자리를 뜨지만, 관객인 나는 카메라와 함께 남아 있어야 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뒤이어 이어진 술자리. 영희의 목소리가 확 올라가는 순간의 어색함이라니.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영희의 뒷모습. 너무도 편하게 누워 있는 그녀의 뒷모습 그 앞에 펼쳐진 바다. 강릉의 해변에서 영희는 잠을 잔다. 그리고 드디어 그를 만난다. 그녀는 해변에서 사라지거나 잠 속으로 빠져야 사랑을 이룰 수 있는 것일까? 

 

   P.S: 나는 역시 친구들과 수다와 맥주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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