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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Jun 01. 2018

[SF를 찾아서] 5편/ 화성으로 날아간 작가

SF의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가 들려주는 SF 이야기, 그리고 글쓰기 비법

그때그때 생각나면 찾아오는 비정기적 SF 장르 리뷰 No.5



SF는 미래에 있는 척하면서 오늘날의 길거리에 누워있는 병든 개를 치료한다.
에두르는 것이 전부다.
은유가 곧 약이다.


<화씨451>, <화성연대기> 등

수많은 명저를 남긴

 SF 문학의 거장 레이드버리.


도서출판 다른에서 펴낸 <화성으로 날아간 작가>는

300편 이상의 단편을 발표하며

단편의 제왕으로 불린 레이 브래드버리가 들려주는 창작 에세이다.

비단,  SF 장르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영화 시나리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글쓰기 비법을 이야기해준다.


벌써 6월이니, 2018년도 이제 한해의 절반이 지나간 셈인데

올해는 호기롭게 매일 조금이라도 글을 쓰자 다짐했지만

역시나 퇴근 후에는 쉬어야 제맛, 이라며 여전히 빈둥거리는 나를 저격하는

글쓰기 장인의 충고를 되새겨본다.


레이 브래버리는 서문에서부터 글쓰기는 '생존'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매일 무기를 들고 있어야 한다.

설사 전쟁에서 완전히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럼에도 싸워야 한다.

그저 가벼운 시합이라 할지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이기려 노력했다면, 그날은 승리했다고 할 수 있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자신이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비평가가 알며,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관객이 안다"고 했던 어느 피아니스트의 말을 기억하자.

이 말은 작가에게도 진실이다.


레이 브래버리는 경험을 통해 글을 쓰지 않고 하루를 보내면 불안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틀이면 몸이 떨리고, 사흘이면 미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고 나흘이면 마치 고통 속에 버둥거리는,

거세당한 수퇘지가 된 듯 하다고. 약은 한 시간의 글쓰기 밖에 없다고.


오늘은 꼭 써야지, 써야지 하는 마음이 퇴화되면,

에이, 내일 쓰면 되지, 주말엔 쓰자, 다음달엔 써볼까, 근데 내가 꼭 써야 하는 거야?

이런 무한 도돌이표 구간에 빠지게 되는데

레이 브래드브리는 이렇게 말한다.


무엇보다 작가는 신나야 한다. 열광과 열정 그 자체여야 한다. 그런 활력이 없다면 차라리 나가서 복숭아를 따거나 도랑 파는 일을 하는 편이 낫다.
그게 건강에는 더 좋을지 모른다.자신이 실제 경험한 사랑과 증오를 종이 위에 어떤 식으로든 써본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가? 마음 속에 감쳐왔던 편견을 풀어놓아
종이 위에 번개가 치듯 글을 써내려 간 적은 언제가 마지막인가?



브래드버리의 말처럼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감정의 소용돌이를 종이 위에 써본 적은 언제였으며 내 안에 고여있던 편견을 가감없이 타이핑 해서 낱낱이 까발려본적은 또 언제였던가?


그래서, 간단히 말하자면 내 방식은 이렇다.

세상에서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가?

 사랑하는 것 아니면 미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물(캐릭터)를 찾아라. 자기 자신과 같은.

진심을 다해 무언가를 원하거나

무언가를 원하지 않을 인물을.

그를 출발선 앞에 세워라. 달리게 하라.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가장 빨리 따라가라.

깊은 사랑이나 미움을 가진 인물은 소설의 끝을 향해 작가를 달리게 만든다.


모든 글의 변천사는 마치 일기 예보처럼 읽혀야 한다.

오늘은 덮고. 내일은 춥다고.

오늘 오후, 집을 불태운다고.

내일, 폭발 직전의 숲더미에

아슬아슬하게 찬물을 끼얹는다고

내일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고 편집하고

다시 써라.

하지만 오늘은 폭발하고

산산조각 나고

 해체되어야 한다.


서문에서 글쓰기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한 브래드버리.

그는 SF 소설을 '아이디어'의 역사라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최초의 SF소설가는 최초로 과학을 알아내려 애쓴 원시인이었다.


P.159

최초의 과학이 무엇이냐고?

 불을 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중략)

최초의 원시인들은 이런 문제들과

실현 가능한 과학적 해결들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동굴 벽에 SF적 공상들을 그렸다.

그을음으로 낙서를 하며 가능한 전략을 계획했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 생각하며 매머드, 호랑이, 불을 그렸다.

과연 어떻게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해결중인문제)를

사이언스 팩트Science Fact(해결된 문제)로

 바꿀 수 있는가?


P.162

별을 원하는가?

가질 수 있다.

태양에게서 불을 빌려올 수 있는가?

그럴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세상을 밝혀야 한다.


p.164

다시 한번 진리를 말하자면,

SF는 늘 아이디어의 역사였다.

아이디어는 스스로 사실로 태어나며 죽고,

 새로운 꿈과 아이디어가 되어

더 매혹적인 형태로 다시 태어난다.

어떤 아이디어는 영원하다.

그리고 모든 아이디어는 살아남기로 약속한다.


브래드버리는 "오직 글쓰기를 하고 난 뒤에만 이해하고, 검토하고 설명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전에 미리 알려고 하는 것은

얼려죽이는 짓"이다, 라고 단언한다.


자의식은 모든 예술의 적이다.
연기든, 글쓰기든, 그림 그리기든,
가장 훌륭한 예술인으로 살아가는 것
그 자체든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충고.

독을 먹으면 토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많은 이가 고통스러운 영화, 고통스러운 소설, 고통스러운 희곡을 쓰면서도,

독이 몸을 상하게 하듯 그런 것들이 정신을 상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잊은 듯 하다고.

대부분의 독은 병에 붙은 라벨에 잘못 마셨을 경우 토하라는 말이 적혀있다고.


자, 이제 책의 거의 끝부분이다.


나는 결국 양이 질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어째서냐고?

미켈란젤로, 다빈치, 틴토레토는

양적으로 수억 장의 스케치를 그린 덕분에

나중에 질적으로 놀라우리만치

절제되고 아름다운 한 장의 스케치,

한 장의 초상화, 한 장의 풍경화를 그려냈다.


작가는 다른가? 나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위대한 기술은

 대개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

무엇을 뺄지,

어떻게 명확한 감정으로 간결하게 표현할지,

원하는 방향으로 어떻게 갈지에 달렸다.


P.210~P.211


브래드버리의 말처럼  

작품 속 인물이 나를 대신해

을 쓸 때가 과연 올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P.219

기억하라.

플롯은 인물이 목적지를 향

달려간 이후에는 눈에 남은 발자국에

지나지 않는다. 플롯은 사전이 아니라

사후에 관찰된다. 플롯은 행동을 앞설 수 없다. 행동이 끝났을 때 남아있는 기록이 플롯이다.

 모든 플롯이 그래야한다. 달리고 달리게 하고 목표에 닿게 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다.

욕망은 무표정일 수가 없다.

오로지 역동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목표를 잊고,
옆으로 비켜서서, 인물들이,
당신의 손가락, 몸, 피, 그리고 심장이
 글을 쓰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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