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뷰파인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술사 Jul 13. 2018

[SF를 찾아서] 6편/ 세 개의 시간

제3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수상작/사계절/ 2017

그때그때 생각나면 찾아오는 비정기적 SF 장르 리뷰 No.6


한국 과학소설의 선구자인 한낙원 선생을 기리고, 어린이 청소년 과학소설의 발전을 위해 제정된 ‘한낙원과학소설상.  그 세번째 수상작품집이  출판사 사계절에서 나왔다.한낙원 작가는 약 60년전부터 수십편의 과학소설을 발표하며 불모지나 다름 없던 한국의 과학 소설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한낙원과학소설상은 이러한 작가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한낙원 작가의 유족들이 출연하는 기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세 개의 시간>은 제3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의 수상작이다.  이 책에는 수상작이자 표제작인  윤여경 작가의 <세 개의 시간>을 비롯해  <뚜껑 너머_박효명>,<우리들의 유전자_허진희>, <진로 탐색_김유경>, <두 번째 열다섯 살, 그 선택_허윤>, <엄마의 계절_임우진> 등 다섯편의 우수 응모작이 수록되어 있다. 


<세 개의 시간>은  서로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혜성 충돌로 지구를 탈출한 인간들은 지구가 회복될 때까지 일 년 동안 우주선 생활을 하며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의 생체 시간 속도를 빠르게 조정하기로 한다.  두 살 때부터 지구보다 18배 빠른 속도로 살아가는 채아의 시계는 지구에 복귀할 때까지 가수면 상태로 있기로 한 아빠 그리고 지구의 속도로 사는 엄마의 시계와 다르다. 채아가 사는 작은 우주선, 로투스 호에는 세개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서로의 시간이 다르니 당연히 제대로 된 소통이 될 리가 없다. 채아는 우연히 발견한 '타임 리셋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가수면 상태에 있던 아빠를 깨우기도 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엄마와 대화를 시도하며 부모와 처음으로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이 소설이 흥미로웠던 지점은 과학 소설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기 마련인 

인공 지능과 로봇이라는 소재에서 한 발 비켜나 있으면서,

'소통'의 도구로 '시간'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어른들의 시간이 다르다는 것. 한 공간 안에 살고 있으면서도 서로의 시간이 어긋나 소통하지 못한다는 설정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인간들은 다시 지구로 돌아왔지만, 소설 속 표현을 빌리자면 지구는 더 이상 같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곳이었다.

멈춰버린 사람들과 빠른 사람들, 그리고 느린 사람들이 섞이지 못한 채 같이 사는 곳. 각자의 시간이 서로 화해하지 않는 곳이었다. 서로의 시간이 달라서 영원히 소통할 수 없다면, 이런 곳이야 말로 디스토피아가 아닌가.

채아의 이야기를 듣고 거대한 우주선인 에너하이즈호의 타임 리셋 프로그램을 작동해 혼란을 야기한 죄목으로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 소년도  있었지만, 

지구로 귀환했을 때 정상 가동되어야 할 

리셋프로그램이 작동한 것은 에너하이즈호와 채아의 우주선인 로투스호 뿐이었다.


한 번도 제대로 대화해 본 적 없는 사람들과 척박한 땅에서 

속도를 맞추어 같이 살아가야 할 의무 따위는 느끼지 못했다.

리셋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한 것은 로투스호와 에너하이즈호뿐이었다.

지구에 도착해야 할 수천만 명의 사람들 중 겨우 수천명이었다.

두 우주선의 아이들과 어른들은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리셋에 노출된 경험이 속도 변화에 대한 거부 반응을 

가라앉혔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나중에 밝혀졌다.


<세 개의 시간> 中 에서


<세 개의 시간> 다음으로 흥미롭게 읽었던 작품은 <우리들의 유전자>였다.

게으른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나 또한 게으른 유전자의 소유자라서 그런지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다.


“몽상과 사색이 주는 선물을 받아 본 적이 없나요?
불현듯 떠오르는 영감으로 일을 처리한 적이 없나요?
목적 없는 산책을 하며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적 없나요?

예리한 직관은 꾸준히 단련하는 자에게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게으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지요. 우리의 행동을”

                                    

<우리들의 유전자> 中에서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르단 말인가! 

늘 자책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게으른 유전자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는 

소설을 읽으니 반가웠다.  <엄마의 계절>은 모성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진지한 소설이었다.

두번 째 열다섯 살, 그 선택은 50년 뒤 깨어난 냉동 소년의 이야기로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고, 진로 탐색은 한편의 게임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세 개의 시간>은 서로 다른 매력들을 가진  과학 소설을 다채롭게 맛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SF를 찾아서] 5편/ 화성으로 날아간 작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