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월화 살인 게임
양윤옥 옮김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
아프다.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했던 친구들. 그 친구들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 ‘나’라면 어떻게 할까? 독자들을 끊임없이 감정의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고 시험에 들게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시리즈’ 첫 작품. 이 작품은 가가 형사의 탄생 작인 것이다.
가가는 아직 대학생이다. 졸업반이고 진로에 대해 어느 정도 결정을 해 둔 상태다. 항상 어울리던 7명의 친구들. 사건은 그 들 한 명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히가시노가 주로 다루는 ‘밀실 살인’의 수수께끼가 이 사건에 등장한다. 또한 작품의 부제인 ‘설월화 살인 게임’은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일본의 전통 다도(茶道) 문화와 관련되어 있다. 히가시노는 친절하게 설명에 그림을 덧붙여 독자들이 한결 이해하기 쉽게 해 두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수수께끼가 던져진다. 두 개의 수수께끼와 가가와 그의 친구들. 대학 졸업을 앞둔 청춘들의 불안과 옅은 들 뜸. 히가시노는 그들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명확하게 이어나간다. 20대의 가가는 풋풋하면서도 에너지가 넘친다. 특히 가가가 참가한 전국 대학생 검도 결승전 경기는 가가의 뜨거움과 냉철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이후 히가시노와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가가의 여유로움은 이 작품에서는 조금 부족하지만 말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러한 어마어마한 사건으로 졸업 의식을 치른 다면 어른이 안 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와 같은 일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은 규모와는 상관없이 누구든 자신이 쌓아 올린 한 세상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반일 때 나는 그러질 못했다. 운 좋게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해도 흘려듣고 말았을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쌓아 올린 것을 꼭 움켜잡고 있었다. 누구라도 그것을 무너뜨리려는 자는 친구 목록에서 지우기까지 했다. 아까웠고 무서웠다. 그래서 끝까지 지켰냐고? 그러지 못했다. 자의든 타의든 그것은 무너졌고 나는 새로운 세상의 조각을 쌓기 시작했다. 이 고통스럽고 애잔한 성장담. 통과의례는 항상 그렇다. 불안과 아쉬움과 고통을 동반한다.
미스터리라는 장르만큼 사람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있을까? 특히나 히가시노 게이고는 감정 과잉에 휘둘리지 않고 그것을 제대로 펼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