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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고따뜻한일상 Apr 28. 2024

작지만 반짝이는 달콤함을 줄게.

이처럼 사소한 것들 & 사브레 쿠키


가끔 펄롱은 딸들이
사소하지만 필요한 일을 하는 걸 보며
_
성당에서 무릎절을 하거나
상점에서 거스름을 받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_
이 얘들이 자기 자식이라는 사실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한 기쁨을 느끼곤 했다 _ p.20
아! 엄마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구나 감동한 부분이란다.

버터와 계란 한 개를 냉장실에서 꺼내 조리대 위에 놓아둔다. 박력분, 베이킹 소다, 베이킹파우더 그리고 약간의 소금은 계량 후 체에 두 번 쳐서 입자를 곱게 해 준다. 말랑해진 버터를 거품기로 풀어 주고 황설탕을 가볍게 섞는다. 버터와 설탕이 서걱서걱 섞이면 계란을 조금씩 부어주면서 잘 섞어준다. 그다음 가루류를 넣어주는데 주걱으로 우물정자를 그리며 섞어 쿠키 반죽을 마무리한다.

완성된 반죽은 냉장고에서 20~30분 휴지 시킨 뒤 작은 동그라미로 빚는다. 동그란 반죽을 황설탕이 담긴 볼에 굴려 겉에 설탕을 묻히고 나서 손바닥으로 꾹 눌러 납작하게 만든다.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 15분 동안 굽는다.

다디단 향이 나기 시작할 때 오븐 안을 들여다보면 반죽이 넓게 퍼지면서 크랙이 생기는 걸 볼 수 있다. 땡! 타이머가 울린다. 두툼한 장갑을 낀 양손으로 오븐 안의 팬을 꺼낸다. 쿠키가 식을 때까지 참지 못하고 얼른 한 조각을 입에 문다. 어릴 적 아버지가 사다 주시던 사브레가 생각나는 반짝이는 달콤한 맛이 입안에서 살아난다!

반짝이는 작은 설탕이 보이니?


첫째야 네가 여덟 살 때 학교 바자회에서 장난감을 팔아서 번 돈으로 (정작 자신은 돈이 모자라 아무것도 못 사고) 동생들이 좋아할 만한 귀엽게 생긴 공깃돌과 알록달록 무늬가 가득한 색종이를 사들고 와서 나누며 함께 놀 때, 엄마가 만들어 준 쿠키의 개수가 정확히 삼등분이 안되어 난감한 순간 남은 쿠키 하나를 사등분해서 한 조각은 엄마 주고 나머지를 셋이 나누어 먹는 모습을 지켜볼 때 눈물이 날 만큼 기쁨을 느꼈어. 너희가 셋이어서 정말 다행이구나 안심이 되던 그 작은 순간들을 너희는 기억할까? 잔인하게 아름다운 사월의 주말, 이른 아침 엄마는 쿠키를 굽고 있어.


곰곰이 생각해 보면 너희들이 내 곁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엄마의 이기심으로 입안이 쓸 때, 잘해줄 수 없는 모자란 엄마의 모습에 미안함이 가득해질 때, 그럴 때 달콤한 간식을 만드는 것 같아. 무엇도 불확실한 이 세상에 작은 달콤함 정도는 내 손으로 만들어 너희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심하고 싶은 그런 순간에 말이야.


아침으로 바삭한 사브레와 우유를 먹고 만족해하는 너희들을 보며 안도하는 엄마는 역시 이기적인 사람이 맞는 거 같아. 이 책을 읽으면서 펄롱처럼 주변에 닫힌 문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엄마는 자라면서 받은 작은 사랑과 친절을 기억하고 그 따뜻한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생각보다 그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된 엄마는 친절을 받아도 그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작은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하는 질문을 품게 되었어. 이런 생각을 하는 엄마 또한 진심으로 나누는 사람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닫힌 문을 바라볼 용기, 그 문 손잡이를 잡고 열수 있는, 그 작은 행동을 할 수 있는 차이, 그것은 결코 작고 사소한 것이 아닐 거야.

시 같은 산문이었단다. 아이야

따뜻한 친절과 용기가 흐르고 이어져서 엄마는 주말 아침 사브레를 구울 수 있는 안온한 시간과 공간에 놓여 있게 된 것이겠지. 과연 엄마는 이런 시간과 공간을 너희에게도 흐르게 할 수 있을까... 너무나도 무책임하게 너희를 태어나게 한건 아닌가 자책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


이처럼 아름다운 구절이 가득한 이야기가 이토록 오랫동안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봄햇살이 예쁜 오늘 반짝이는 설탕을 잔뜩 묻힌 사브레를 구우며 생각하고 또 생각한단다.


_

잔인하게 아름다운 사월

책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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