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나, 나 여기 있어

쿠사마 야요이

by 작고따뜻한일상

그녀의 작품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 그녀의 작품이 저를 부릅니다.

“나야 나! 나 여기 있어”

사진첩에서 그녀의 작품을 찾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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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선, 면은 디자인에서 기본 조형요소로 정의됩니다.

그중 점은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점이 모여 연결되면 선이 됩니다.

선은 다시 면이 되어 새로운 차원을 만듭니다.

점은 단독으로, 무한한 확장으로 다양하게

모습을 변형시키고 의미를 품습니다.

아트부산(2022.05.13_벡스코)

선명한(vivid) 컬러에 무한 반복되는 점(dot)들.

그녀의 작품은 강렬한 이미지로 한 번만 봐도

뇌리에 오래 남습니다.

사 년 전 처음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을 봤을 때

어지럽고 눈이 아팠습니다.


이토록 강한 이미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그녀는 무얼 말하고 싶은 걸까요?

무한거울방(2022.07.27_제주 본태박물관)

점하나는 쿠사마 야요이 자신입니다.

반복되고 확장되는 점들은

또 다른 자아 = 그녀의 상념(or 환각)으로 읽힙니다.

무수한 점들은 기존의 나를 넘어서

강렬한 아름다움으로(호박)

또는 신비한 공간과 차원(무한거울방)으로

재탄생되어 보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선사합니다.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은 어딜 가도 눈에 띕니다.

(제주의 본태박물관, 아트페어, 나오시마 섬...)

날 봐 나 여기 있어!

나의 환상과 상념이 여기 이렇게 존재해!

이게 바로 나야!


아마도 어린 시절 아픔이 시작이겠지요.

어머니의 학대가 심해 환각을 보게 되었고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아픔으로 인해 시작된 환각의 점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와

감추지 않고 보란 듯이 드러내는 표현력.

그녀는 용감한 사람입니다.


'멋지다' 사진첩에서 찾아낸 호박을 보고

입에서 절로 나온 말입니다.

호박(2019.02.04_제주 본태박물관)


그녀의 작품을 몇 년 만에 이해하게 된 순간입니다.

멋. 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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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이십삼년 끝자락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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