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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대 Jul 12. 2023

우리도 좁은 방에 살던 때가 있었다.

이토록 음침한 스무살의 로맨스, 최성민 작가님의 <좁은 방>

 안녕하세요. 저는 다예라고 합니다. 미대입시 재수를 하고 있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살고 있습니다. 학원과 좁은 방을 오가는, 반복되는 생활에다 지속적인 학원 원장의 대시로 인해 삶이 넌더리가 났었습니다. 그런데, 옆집에 살던 여자가 이사를 가고 엄청 잘생긴 남자가 이사를 왔어요! 회색 투성이인  에 한 줄기 이 드는 듯 했어요. 쾌쾌했던 냄새는 어느새 은은한 꽃향기로 바뀌어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거예요. 저는 결벽증이 있는데도 그 남자가 버린 쓰레기를 뒤져서 그가 피운 담배꽁초와 담뱃값을 수집하기 시작한 거예요. 어째서 저의 로맨스는 이다지도 음침한 걸까요. 왜일까요.


다예는 왜 그랬을까


 위는 <좁은 방> 속 주인공인 다예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본 것이다. <좁은 방>은 동글동글한 그림체로 그려진, 다소 긴 만화인데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처음 이 책을 집어들고 읽어내려간 나는 삼십분만에 516쪽을 다 읽어버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결말에서 물음표가 떠올랐다. 엥, 왜지, 왜 이런 엔딩이지. 그래서 다시 천천히 읽어보았더니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부분이 보인다면,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를 생각해보면 색다른 시각과 새로운 고민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이 <좁은 방>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서두에 언급한 내용이다. 왜 다예의 로맨스는 그리도 음침할 수밖에 없었나. 다예라는 캐릭터가 성장해온 과거와 인간관계로부터 여러가지 영향을 받고 있는 현재를 생각해본다면, 많은 생각이 들 것이다. 반대로, <좁은 방>속 악역의 경우에도 그렇다. 왜 그 사람이 그런, 나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열등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는지. 깨닫는 순간, 사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외로움과 인간관계


 청춘들의 고민 중 가장 많은 것을 차지하는 건 아마 인간관계일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청춘들이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 외로움은 사랑하는 사람과 막 이별한 A의 것일수도, 친구가 하나도 없는 B의 것일수도, 얕은 친구만 많은 C의 것일수도 있다. 

 누구나 A가 되고, B가 되고, C가 될 수 있다. A였다가 B가 될 수도, B였다가 C가 될 수도 있다. 다만 A든 B든 C든 동일한 고민을 한번 쯤은 해본다.

애초에 아무와도 관계를 맺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좁은 방의 의미


 책의 제목이기도 한, <좁은 방>은 주인공인 다예가 가지고 있는 환경이자 공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나아가 이 시대의 청춘이 처한 상황을 그리는 오브제이기도 하다. 고민을 털어놓을 대상이 없거나, 같이 슬픔을 나눌 상대가 없는 것과 같은 다양한 상황에서  비롯되는 상실감, 외로움, 열등감을 <좁은 방>에 빗대었다고도 볼 수 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세계에서, 우리는 한번, 아니 종종 좁은 방을 찾아들어간다. 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나오기도 하고, 다시 들어가기도 한다. 현재 <좁은 방>에 들어가 있는 수많은 존재들에 대한 응원과 조금은 쌉쌀한 시선을, 이 팥죽색 책이 담고 있다.


*도서를 협찬해주신 송송책방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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