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의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수첩>을 읽고
미스터리란, 주로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나 사건,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거나 의문점이 해결되지 않은 사건, 음모론 등을 뜻한다.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수첩>에서는 1950-1960년대의, 오래된 미스터리들을 다룬다. 이에 작가는 실화를 소재로 글을 쓰는 것은 조심스러우며, 남이 불행했던 일들을 들추어내는 것은 더더욱 주의해야한다고 머리말에 단단히 일러두었다. 그래서 작가는 관련자들이 별로 남아있지 않을 법한 사건들을 다루었다고 밝혔다.
1959년에 일어난 방송국 화재 사건, 해방 직후부터 길게는 1970년도까지 유행했던 소매치기 일당, 호랑이가 범인으로 몰렸던 어린이 살인 사건 등의 과거 사건들의 전말을 읽으며 든 생각이 있다. 평소 범죄를 해결하거나 요약해주는 시사 프로그램과 드라마들을 많이 보는 편이니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책에 나온 대부분의 범죄가 CCTV의 존재 하나로 수사의 진척이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새삼 CCTV의 치안 유지력이 대단하다고 재고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CCTV가 등장했듯, 더욱 치밀한 범죄도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마치 항생제와 박테리아 같은 구도이다. 한 쪽이 발전하면, 다른 한 쪽이 자연적으로 발전하는 원리.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한다. 범죄 관련 시사 프로그램이 너무 현실적이면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많은 사례는 아니지만, 범죄자들 중 시사 프로그램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공부를 하는 케이스도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지문을 지우는 방법이나 루미놀 반응에 검출되지 않도록 현장을 조작하는 방법. 범죄자 입장에서는 이런 정보들이 금과 같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수첩>을 읽으면서 생긴, 또 하나의 생각은 바로 정치와 미제사건이 연관이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정치적인 이유로 경찰력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때를 틈타 발생한 사건이 경찰력의 부재로 인해 미제 종결 처리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 것이다. 또한, 경찰 내부 정치싸움으로 인한 실적우선주의 분위기는 강압수사 및 표적수사를 자행하게 했음을 시사하는 과거도 존재했다. 최대한 열심히 수사를 해야함에도, 참.
최근 뉴스를 보기가 무섭다. 하루하루마다 강력하고 잔인하고, 끔찍한 보도가 이어진다. 따뜻한 보도는 정말 드물어졌다. 누가 사기를 쳤고, 누가 누굴 죽였는지. 그럼에도 항상 도마에 오르는 것은 대한민국의 지극히 범죄자 우호적인 형량이다. 판사는 판례와 법에 의거한 판결이라고 말하지만, 판례가 그렇다면 새로운 판례를 세우는 강단이 필요하며, 법이 그렇다면 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나 뿐만아니라 시민 대다수가 안다. 그러한 강력 사건을 다룬 유튜브 영상이나 SNS의 댓글만 봐도 그렇다. 더 이상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과거처럼 침묵하거나 무지하지 않다. 법 형량을 강화하고, 교도소 시설보다 군 시설이나 국가유공자에 지원을 해줘야한다는 걸 다들 안단 말이다. 그런데 왜 아직 하지 않는지는 모르겠다. 혹시 과거에서처럼 정치적 이유와 연관이 있으려나, 생각만 해볼 뿐이다.
*도서 협찬을 해준 출판사 인물과 사상 사와 yes24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