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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대 Mar 10. 2023

관내분실:
엄마는 죽기 전에 데이터를 남겼다

김초엽 작가님의 <관내분실>

엄마의 데이터가 사라졌다


 화면에 뜬 메세지, '인덱스 내역 없음'을 확인한 나는 허탈했다. 내가 살면서 도서관을 찾은 것은 처음인데, 현대의 도서관은 책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라 마인드보관소이다. 마인드란 자신의 데이터를 의미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마인드를 이용하면 죽은 사람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이 상황, 인덱스가 없다는 것은, 엄마인 은하의 마인드가 분실되어 버린 것을 의미한다. 살아서는 사라진 적 없는 엄마가 죽어서야 실종된 것이다. "관내분실인 것 같습니다."-라는 도서관의 답변을 듣고 나는 바로 아빠를 떠올렸다. 그는 그녀의 마인드에 접속한 경험이 있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봤어, 그건 너무 진짜 같았다."

소설의 주인공인 지민이 마주하였을 메세지

*위 단락은 소설의 시점을 1인칭으로 바꾸어 재구성한 것입니다.


진짜 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


 생전과 똑같아 보이는 죽은 이의 데이터를 보면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그 마인드는 그 사람 자체라고 할 수 있는가? 진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느냔 말이다. 여기서 현욱(지민의 아빠)의 말을 다시 생각해보자. "너무 진짜 같았다." 그는 저장된 아내의 마인드를 '몹시 진짜 같지만 가짜'라고 생각한 것이다. 진짜 같은 가짜로 본 것이다. 그러나 소설의 말미에서 지민은 은하의 마인드를 보면서, 현욱과는 다른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그녀는 마인드를 가짜 같은 진짜로 본 것일까?

엠넷은 2020년도 말에, 가수의 생전 목소리를 분석하여 음성과 모습을 ai 기술로 재현해내는 프로젝트를 방영하였다.

 아니다, 지민에게는 진짜와 가짜의 편가름이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세상을 떠나버린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다시 보고 싶었던 것이다. 설령 그것이 0과 1의 전자 데이터로 이루어진 허상이라고 해도, 그녀의 얼굴을 보고, 그녀의 미소를 눈에 담고, 속 깊은 곳의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


 소설 속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은 마인드가 진짜를 상징하는지, 가짜를 상징하는지에 대해서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그 사람을 보고 싶어서, 다시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서 마인드에 접속하는 것이다.

다시 노래하는 아들을 보며, 어머니는 우셨다.

 <관내분실>에는 다른 SF에서는 보기 힘든 '감성'이 잘 녹아있다. 보통의 SF는 몹시 잔인하거나 특이한 환경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관내분실>은 현대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공간적 설정을 통해 현실성을 끌어올렸다. 마인드업로딩이라는 개념과 가족의 정을 엮어서 대중들이 평이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한 점도 인상적이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듯하면서도 독자들이 심오함에 빠져 지치지 않게, 여러가지 사건과 인물을 섞어서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SF와 감성을 모두 좋아하는 그대들, 어서 서점에 접속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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