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동아일보 기자인 장강명 작가님이 제시한 레드오션
'레드오션'이란, 경쟁자가 많아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시장을 뜻한다. 서로 싸우느라 핏빛이 되어버린 바다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현수동 빵집 삼국지>는 바로 이 레드오션에서 시작된다.
소설은 현수동이라는 지역의 세 빵집들을 주제로 전개된다. P 프랜차이즈의 하은이네와 B 프랜차이즈의 주영이네, 그리고 힐스테이트(어딘가 익숙한 이름이다) 베이커리의 노부부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아주 번화하지도 않은 현수동이라는 동네는 한정된 상권이다. 이 한정된 상권, 약 100미터 거리에 빵집만 무려 세 개가 있어서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다. 파랗던 상권의 바다가 점점 빨갛게 물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 이 소설의 묘미이자 쓴맛이기도 하다.
세 빵집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경쟁 태세에 들어갔다. 빵의 가격은 점점 내려갔고, 영업시간 역시 점점 연장되어져 갔다. 어떻게든 빵 하나만, 하나씩만이라도 더 팔아보려는 몸부림을 읽어내려가니 그들이 너무도 애처로워보였다.
애덤 스미스가 제시한 '보이지 않는 손'이
결국 '보이지 않는 경쟁'을 이끌어낸 셈이다.
세 빵집이 서로를 의식하며 몰래몰래 시행했던 '보이지 않는 경쟁'은 결국 보이는 경쟁으로 바뀌고 말았다. 서로를 헐뜯기까지 하는 참극으로 변모해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도 살아야 했다. P 프랜차이즈의 하은이네도 살아야 했고, B 프랜차이즈의 주영이네도 살아야 했고, 힐스테이트 베이커리의 노부부도 살아야 했다.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줄여가며, 심지어는 인신공격까지 일삼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생존]이라는 본능이 위치해있었던 것이다.
이 소설이 인상 깊은 점은 현대의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점이다. 대기업이 가맹점 점주에게 부리는 횡포들이 미화되지 않은 날것의 질감으로 표현되어 있었고, 돈을 위해 물건을 파는 사람들에 의해서 자신을 위해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도태되는 사회를 풍자한 것도 너무 와닿았다.
2020년, 수원 아주대학교 정문 앞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면, 이 소설이 얼마나 현실을 잘 반영했는지 알 수 있다. 근처 피시방의 요금은 시간당 1000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었는데, B 피시방이 A 피시방과 동일한 건물에서 개업을 진행하면서 시간당 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안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질 수 없었던 A 피시방은 300원으로 가격을 낮춰버렸고, A 피시방의 프랜차이즈 본사까지 개입하면서 사건은 격렬해진다. 심지어 A 피시방은 B 피시방 사장의 사생활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을 담은 현수막을 내걸기까지 하였다.
출혈 경쟁 속에서 승자는 누구일까. 300원에 피시방을 이용할 수 있게 된 학생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승자는 아무도 없다. 모두가 패자일 뿐이다. 과열된 경쟁은 오히려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주변 상권을 침체시키는 경제적인 죽음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또한 그로 인해 사람의 감정이 상하고 심지어는 범죄까지 일어나니, 절대 누구에게도 좋은 변화라고는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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