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대 Mar 12. 2023

복경: 갑질은 이제 익숙해져버렸다.

황정은 작가님의 <복경>으로 알아보는 갑질의 본질

 왜 저렇게 웃는 걸까, 미친 것도 아닌데. 미친 년도 아닌데


 어렸을 때부터 서비스업을 하면서, 언제나 '웃는 가면'을 쓰고 살아온 주인공이 자신에 대해 최초로 판단을 내린 문장이다. 본인에 대해 '미친 년'이라고 표현한, 매우 매서운 문장이다. 소설 속의 '나'는 무표정으로 이 문장을 읊었을 것이다. '가짜 웃음'을 지어온 과거의 분통을 터트리기라도 하듯이, '나'는 이 문장을 시작으로 '웃는 이유'를 몇 번이고 되묻는다.

[사진 출처: SBS 뉴스]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게, 가면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에게 사로잡혀 꼭두각시처럼 공허한 웃음을 띨 수밖에 없다고 외치는 듯하다.



 갑질을 하는 이유


  이 소설이 흥미로운 이유는 '갑질을 하는 이유'에 대한 '입장'이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다. 소설 내에서 매니저는 '도게자'를 언급하면서 말한다.

갑질을 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사과가 아닌,
압도적인 우위로 인간을 내려다볼 수 있는 경험이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그들에게 그러한 경험이 필요하도록 만드는 걸까? 그들에게 압도적인 우위의 순간이 필요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순간이 반드시 필요해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냔 말이다.

위 여성은 환불이 안된다는 이유로 직원의 뺨을 때리고 폭행을 행했다고 한다. [출처: 2015년도 YTN 뉴스]

 <복경>을 좁게 보면 서비스업의 비애를 다루지만, 넓게 본다면 '웃는 가면'을 억지로 씌우는 사회적 상황을 주제로 한다고 할 수 있다.



 울 줄 아는 사람, 울 줄 모르는 사람


 작품 초반부에는 '나'가 울지 않는, 손이 가지 않는 아이로 표현된다. 그리고 말미에는 '우는 것'이 '미친 년의 행동'으로 표현된다. 여기서 '우는 것'은 '자신의 힘듦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행위'로 볼 수 있다. 


털어놓는 행위가 상대방을 불편하게 한다는 점을 아는 주인공은
 '울 줄 아는 사람들'을 사회부적응자인 '미친 년'으로 간주해버리고,
'울 줄 모르고 웃기만 하는 자신'을 사회의 적응자라고 믿어버린 것이다. 

 

 비뚤어지긴 했지만, 본인에 대한 믿음이 있는 주인공이 비정상적인 웃음을 지으며 소파를 난도질하는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는 자신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인물'을 오랜만에 보았다.

 쌓였던 욕망의 표출은 대개 시원함, 해방감을 동반한다. 그러나 유년기때부터 쌓아온 감정이 표출되었음에도, 강렬한 표현과 행동으로 드러나버렸음에도 '나'는 감정의 동요가 없다. 그리고 책 너머의 나에게 주인공인 그녀가 물어왔다.

어떻게 웃는 것이 웃음입니까?



*웃는 것을 까먹는 사람이 많았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를 찾습니다: 납치범이 나보다 더 잘 키운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